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FBI 실종수사대

원제목인 '흔적도 없이(Without a Trace)'에서 유추할 수 있듯 'FBI 실종 수사대'는 세계 최대의 메트로폴리스 뉴욕에서 발생하는 실종 사건을, 그것을 전담하는 FBI 전담반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이다. 실종이라는 사건을 극화한다고 했을 때 자동적으로 납치를 떠올리면서 납치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의 추적과 인질 협상, 나아가서 기동 타격대의 총격전 등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웬걸, 이 드라마에는 사실 그런 장면은 그다지 흔히 등장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천만의 말씀. 수사물 드라마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 CBS의 라인업 중에서도 방영 당시 매번 10위권을 유지하는 탄탄함을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전통적인 선악구조를 유지하며 과학수사, 수학, 프로파일링 등등, 소재로서 수단을 달리해서 악한을 물리치는 다른 범죄 수사물들과 달리 'FBI 실종 수사대'는 이렇다할 선악 구도도 뚜렷한 악한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실종자가 있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사대의 수사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또 묘미다. 악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실종자들의 사연 많은 삶을 들여다보며, 실종이라는 상황에 영원히 갇혀버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수사대의 고군분투 사이에는 인생의 절박함과 애잔함을 그대로 묻어 나온다. 그래서 예의 범죄 수사물에서 볼 수 있는 냉철한 수사관들과는 달리 'FBI 실종 수사대'의 수사관들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좀더 현실적이고 정감 있는 삶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FBI 실종 수사대'는 'CSI 과학 수사대'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수사물에 올인을 하기 시작했던 CBS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의 수사물을 제작한다는 기치 아래 총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과 같은 디지털 기술보다는 화이트보드에 궤적을 기록하는 아날로그 기술로 승부하는 이 드라마는 실종자가 스쳐 지나갔던 굴곡진 삶의 궤적을 실타래를 풀 듯 우수어린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아련한 정서가 바로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다.

 

2002년 9월 CBS에서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CSI 과학 수사대'와 드라마 상에서 공조 수사를 벌이는 방식, 이른바 크로스오버 에피소드를 내보내면서 방영 이래 최초로 전미 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며 롱런을 기하다, 2009년 5월 19일 일곱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퇴장을 했다. 마지막 시즌이 종합 시청률 순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CBS의 차세대 주자들인 '굿 와이프'나 'NCIS: 로스엔젤레스' 등에 자리를 물려주는 퇴장 형식이 강해 아름다운 퇴장을 기록한 대표적인 드라마 중 하나로 남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드라마 중 하나.

 

 

 

'FBI 실종 수사대'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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