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치질 심해 생리대 착용! 도대체 무슨 사연? 허지웅 명문 치질의 추억 전문 공개!

'마녀사냥' 허지웅이 생리대를 착용해 본 적이 있다고 고백해서 변태인지 예술인인지 논란에 휩싸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허지웅 글을 구독하며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생리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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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된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너의 곡소리가 들려' 녹화에는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릴 때마다 너무 예민한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인 남자의 사연이 집중 조명됐다. 

 

보통 이러한 사연에는 여자친구의 매직 스트레스로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가 소개될법한데, 허지웅은 무려 여자친구가 아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허지웅이 밝힌 여자친구 매직 에피소드는, 군대 시절 휴가를 나왔는데 중 갑자기 치질 증상이 심해져서 난감했던 상황이 찾아왔고, 할 수 없이 함께 있던 여자친구의 제안으로 여성 생리대를 임시변통으로 막아보기 위해 착용했다는 사연!

 

그는 당시 광고에서 본 것처럼 흡수가 되지 않아 불만을 토로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밝혀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유는 아래 '치질의 추억' 전문에 공개!)

 

허지웅의 웃기고도 슬픈 여성용품 착용담은 20일 오후 10시 55분 '마녀사냥'에서 공개된다. 한편 허지웅은 좀 드럽긴 하지만 치질로 인한 고생담을 각종 매체나 본인 계정이 블로그에 올려서 인기를 끈 바 있다. 일명 '치질의 추억' ^^ 아래는 허지웅 '치질의 추억' 전문! (역시 문장력 장난 아닌 허지웅!)

 

 

치질의 추억!

 

군대에 있는 동안 온갖 지저분한 병을 다 보았다. 어떤 건 보았고 어떤 건 겪었다. 훈련소 조교로 있다 보니 아무래도 볼 것도 많고 겪을 것도 많았다. 입대 전 심야를 뜨겁게 부비고 온 친구들은 종종 성병에 걸려 왔다. 취침 소등 이후 조용히 다가와 가려워 환장하겠다는 훈련병 앞에 나는 초라하고 무력했다.

 

그럴 땐 조용히 세면장으로 데려가 음모를 면도해주고 파우더를 바른 다음 날이 밝는 대로 의무실에 보내야 했다. 직접 면도를 하는 건 딱히 남자 고추를 좋아해서라기보다, 훈련병에게 면도날 개별 지급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아서 깎으라고 했다가 괜히 고추라도 베이면 입장이 곤란하다. 자살이라도 시도하면 더욱 그렇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교장에 나가면 종종 똥도 주워 먹는다. 운이 좋으면 정신병 판정을 받는다. 운이 나쁘면 똥만 먹고 만다. 아무튼 세면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훈련병 음모를 면도하고 있는 나의 뒷모습을, 그 오해받을 만치 처연한 풍광을, 아주 가끔씩 떠올려본다. 삶이란 그렇게 고단한 것이라고. 사면발이 다리 개수 마냥 헤아릴래야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상병 휴가를 앞두고 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몇 일전부터 항문이 근질근질하더니 급기야 이것은 설마 치질이 아닌가 싶은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의무실을 찾았다. 나이가 많은 의무병은 언제나 표정이 없었다. 나는 바지를 까고 허리를 굽혔다. 안 보입니다, 벌리세요. 응. 나는 두 손으로 양쪽의 엉덩이를 당겨 힘껏 벌려 보였다. 항문의 입장으로선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을 찬 공기가 닿았다. 뭔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무덤덤해졌다. 항문은 지금쯤 자유로울까. 괄약근과 오금 사이의 시간이 흘렀다. 왠지 좀 더 힘껏 벌려야 하지 않았나 미안해질 즈음, 마침내 의무병의 입이 열렸다. 치질입니다. 역시 그렇구나. 나이가 많은 의무병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그게 그렇게 고마울 줄 몰랐다. 나는 프레파라숀인지 프리파라솔인지,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이름의 연고지만 어쨌든 후시딘을 주지 않은 것에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의무실을 나섰다.

 

질병이 있으면 휴가를 나갈 수 없다. 훈련소는 그런 규정에 유난스레 까다로웠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연고를 짜내어 램프의 바바를 부르는 알라딘의 심정으로 환부 구석구석 정성껏 비비고 발랐다. 프레파라숀인지 프리파라솔인지 저 신뢰할 수 없는 연고의 느낌이란 무척이나 불쾌한 것이었다. 일단 냄새가 이상했고 유난스레 기름기가 많았다. 어찌나 야릇하게 미끄러운지, 화장실에 들어가 엉덩이를 벌려 연고를 살금살금 바르고 있으면, 이건 뭔가 알 수 없는 죄책감이 자꾸 고개를 들 정도였다. 휴가 전 날 밤, 나는 이빨을 하나씩 빼 광을 내듯 오랜 시간을 들여 샤워를 하고 성직자의 마음으로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휴가를 대비해 아끼고 아껴 박아 두었던 하얀 색 브레이브맨 팬티를 꺼내 입었다. 하느님, 부디 제 항문에 역사해주세요. 예수천국, 불신지옥.

 

마침내 휴가 첫 날의 아침이 밝았다. 기상나팔이 불기도 전에 깨었다. 왠지 가뿐한 아랫도리의 느낌. 괜찮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짝 팬티를 내려 보았다. 침묵이 흘렀다. 다시 올렸다. 다시 내렸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어 그렇게 한참. 나의 딱 한 번 입은 하얀색 브레이브맨 팬티가, 검붉은 피로, 지도를 그리듯 얼룩져있었다. 어머 이런 씨발. 모두가 자빠져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며 잠을 자고 있는 침상 위에 홀로, 나는 팬티를 무릎까지 내린 채 이 세상에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따위 인문학적 종교학적 고민에 휩싸여 대롱대롱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 지체할 수 없다. 오늘은 휴가란 말이다. 휴가. 내일 당장 휴거가 온다고 해도 오늘은 휴가를 가야겠다. 나는 최대한 태연하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휴지를 둘둘 말아 항문 사이에 살짝 포개어 넣고 팬티를 올렸다. 점오를 마치고 휴가용 옷을 꺼내 입고 휴가 신고를 갔다. 으레 이어지는 대대장의 질문. 음주운전 할 건가. 아닙니다. 군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행동을 할 건가. 아닙니다. 혹시 어디 아픈 데는 없나. 아니 아니 절대 없지요.

 

 

 

그렇게 성공적으로 부대를 나섰다. 바깥공기는 따뜻하고 달콤했다. 논산의 정돈 안 된 아스팔트도 아우토반 같아 보이고 아침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초병들의 찌들어 찌든 눈자위마저 사랑스러웠다. 당시 사귀던 여자 친구가 역까지 마중 나와 있었다. 안녕. 안녕. 이어지는 뜨거운 포옹. 아 행복하다. 버스 안에서, 나는 조심스레 고백했다. 있잖아. 응. 나, 치질 걸렸어. 나는 치질, 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데 있어서 유난스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것이 절대 더러운 질병이 아니고 결코 농담이나 주고받을 기분도 아닐뿐더러 가벼운 웃음으로 하하호호 무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속사정을 있는 힘껏 함축해보았다. 다행히 그녀는 속이 깊었다. 많이 아파? 응 많이 아파. 나는 항문으로 피를 흘리며 너그러운 여자의 무릎에 누워 잠이 들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엉덩이 사이의 휴지는 좌파가 되다 못해 전향서 한두 장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나는 결국 그것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개야. 응? 나, 생리대 좀 빌려주라. 속 깊은 그녀의 날개가 아름다운 생리대 한 개를 받아들고, 나는 가까운 화장실로 달려갔다. 처음 보는 생리대였다. 다행히 직관적으로 디자인된 듯싶었다. 나는 간단히 붙이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생리대라는 문명의 이기를 발명한 누군가의 자자손손 은총이 함께하길 두 손 모아 빌었다.

 

그러나 은총은 이십 미터 이상 함께 하지 못했다. 어째 좀 이상하다. 이를테면 경기 침체에 맞선 고환율정책의 기분이랄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설상가상의 기운이 항문을 맴돌았다. 급기야 엉덩이의 고운 선을 따라 뭔가 줄줄 새는 것을 느끼고, 나는 다시 화장실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피가 새고 있었다. 생리대를 청문회에 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문명의 이기는 제 기능을 발휘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왜 흡수하지 못했습니까. 오해입니다. 이런 썅. 이래서야 여성들은 어떻게 양이 많은 그날에도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당당할 수 있단 말인가. 견딜 수 없는 화를 깎아 내리며 무능한 생리대와 침묵의 시간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아. 이게 살에 붙이는 게 아니구나. 팬티에 붙이는 거구나. 나는 지금도 참 괴상하다는 생각이다. 생전 처음 생리대를 써보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것도 아무 설명 없이 쓰는 자의 첫 시도라면 당연히 살에 붙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혹시라도 새어 나오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죽겠는 초심자에게 팬티에 그걸 붙일 정신머리가 남아 있을까. 그 한 줌의 불안한 마음 조차 헤아리고 어루만지지 못한다면 이 까짓게 어찌 여성 해방에 기여할 수 있을까. 나는 꿈에도 의심치 못한 채 재빠르고 신속하며 당연한 손동작으로 살에 붙였는데. 그것도 꼼꼼히 눌러가며 붙였는데. 파스도 밴드도 붕대도 죄다 살에 붙이는데 도대체 왜 생리대는 팬티 따위에 붙여야 하느냔 말이야. 아무튼 흡수되는 면이라 뒤늦게 사료된 쪽이 위로가고 나니, 그것 참 마술처럼 쪽쪽 잘 빨아들이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과연 양이 많은 날에도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당당할 수 있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나의 자존감은 세상을 향해 힘껏 항문을 벌리는 것이나 다름없이 손상돼있었다.

 

치질은 놀랍게도 금방 나았다. 바깥세상 약이 과연 다르구나, 생각했다. 설간인가 설잔인가 하는, 여전히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없는 이름의 연고였지만, 미끄럽지도 않고 바르면 알프스의 엉덩이 마냥 시원한 게 참 믿음직스러웠다. 생리대보다 더 하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여자 친구와는 제대 후에 헤어졌다. 여자 친구가 유학을 간 사이 내가 바람을 피웠다. 그녀는 항문으로 피나 흘리던 자식이 바람을 피우고 지랄이라는 독한 한 마디도 없이 떠났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지간히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게 나와 생리대와 치질과 옛 연인 사이에 벌어진 오해와 완치와 추억의 전모다.

 

- 출처: 허지웅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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