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를 며칠 앞두고 이현정 서울대 교수가 경향신문에 특별기고한 '세월호 기억의 칼날을 벼리는 이유'라는 칼럼이 화제입니다. 담담하고 정갈한 글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을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아래 옮겨봅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페루와 브라질 국경에 사는 파노안 부족은 같은 부족민이 죽으면 그 시체의 살점이나 태우고 남은 뼛조각을 자기 몸속으로 씹어 삼킨다. 앞으로 동료의 영혼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관습이긴 하지만, 파노안 부족민들은 이처럼 죽은 자의 몸 일부를 취하면서라도 죽은 자의 죽음을 반드시 기억하고자 한다. 그 죽음은 공동체 전체의 것이기에, 그렇게 살점을 삼키며 슬픔을 나누고 공동체의 정신과 가치를 지켜낸다.
인간이 주기적으로 기념일을 정해놓으면서까지 고통스럽게 떠난 타인의 죽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까닭은 이를 통해 사회가 함께 공유해야 할 분명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의 의례를 통해서 우리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슬픔을 공감하고,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며, 나와 주변 사람들의 지난 상처들을 보듬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기억의 의례를 통해서, 공동체를 고통에 빠트린 문제가 무엇인지를 되새김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무뎌진 분노와 슬픔의 칼날을 다듬는다. 다시는 그러한 고통을 만들지 않겠다는 사회적 결심이자 맹세이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습니다
일 년 전 너나할 것 없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습니다”를 외쳤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의 슬픔과 분노, 결심과 맹세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진상조사를 위해 앞장서야 할 국가와 국회의원들은 이제는 피해자들을 부랑자나 범죄자 다루듯 하고 있고, 세월호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조사대상이 돼야 할 해양수산부는 오히려 조사주체가 되겠다고 뻔뻔스럽게 나선다.
그날 왜곡을 만들어낸 언론들은 변함없이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거짓 보도하기 바쁘고, 지식인들은 민감한 사회현실에 개입하기를 머뭇거리며, 종교인들은 상처받고 소외된 자를 감싸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 사회가 도덕적 공백 상태를 넘어 인간의 영혼과 가치까지도 돈으로 환산하는, 그야말로 인간존엄성이 극도로 상실된 곳이라는 것만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
세월호참사가 유가족들이 야기한 문제인가. 왜 우리는 피해자인 가족들이 기억과 해결의 책임을 떠맡도록 방관하고 있는가. 피해자들은 보호받고 위로받아야 마땅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그 피해로 인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는 다시 그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를 끝까지 기억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나라 아이들의 부모이며, 다음 세대들이 우리의 행동을 보고 있다. 이미 세월호참사 이후의 진행과정을 목격한 많은 학생들은 더 이상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학교를 보내고, 정직하게 살라고 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고, 친구들을 보듬으라고 가르쳤던 유가족들은 그러한 가르침이 자식을 죽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으로 자학하며 괴로워하고 있다. 미안함과 해소될 길 없는 분노로 머리를 깎고, 노숙을 하며,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울면서 행진을 한다.
같은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난 그들이 걱정되고 더 아플까 불안하다. 하루 빨리 피해자들은 고통의 심연에서 벗어나와 잊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때까지 우리는 아직 잊을 권리가 없다.
그리고 아래는 세월호 1주기 관련 집회 일정을 모았습니다. 관련 사이트를 정리했으니 세월호 관련 집회 많이 공유했으면 좋겠네요.
세월호 추모 촛불집회
우리동네 촛불 : http://candlelights.kr
세월호 국민 대책회의 : http://sewolho416.org/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 https://www.facebook.com/sewolho416
4월4일 9시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세월호 가족 시민 안산-광화문 영정도보행진 http://on.fb.me/1y5fMOF
4월5일 5시 광화문 국민 촛불 http://on.fb.me/1y5fMOF
4월11일 2차 집중 촛불
4월11일~18일, 안산 세월호 인양과 특조위 출범 촉구 416시간 행동 http://bit.ly/1BWRkKg
4월11일 5시반 2차 집중 촛불 http://416family.org/move/we-are-here
4월15일 1시 팽목항, 팽목항 희생자 위령제 http://416family.org/move/we-are-here
4월16일 범국민 추모제
- 오후2시 안산합동분향소 추모식 http://416family.org/move/we-are-here
- 오후7시 서울 추모문화제 (전국 광역 동시다발)
4월18일 5시 범국민 추모대회 (서울 전국집중) http://416family.org/move/we-are-here
세월호 1주기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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