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송시간 타임존

‘워킹 데드’ 시즌 3 프리미어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알듯말듯한 문구가 적혀 있다. “RETURNS OCT 14 SUNDAYS 9/8C”. 10월 14일 일요일에 새 시즌이 돌아온다는 말은 쉽사리 이해가 되는데, 근데 왜 일요일이 복수명사가 되어 s가 붙어 있고, 그 뒤의 ‘9/8C’는 또 무슨 말일까? 


 

 

 

한국은 대한민국 표준시 하나의 타임존에 맞춰서 모든 방송 프로그램 전파를 내보내지만, 미국은 땅덩이가 하도 넓어서 이스턴, 센트럴, 마운틴, 퍼시픽, 알라스카, 하와이로 구분되는 총 6개의 방송 타임존이 존재한다. 이 방식에 따르면 이스턴 타임존이 저녁 8시라면 센트럴 타임존은 7시, 마운틴 타임존은 6시, 그리고 퍼시픽 타임존은 저녁 5시이다.(알라스카가 4시이고 하와이가 2시인 것은 복잡하니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이 공식을 적용해서 설명하면 ‘SUNDAYS 9/8C’는 센트럴 타임존은 8시에 하고 나머지 타임존은 모두 9시에 방송이 시작된다는 뜻이다.(일요일이 복수로 표시된 이유도 바로 그 때문).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센트럴 타임존의 시카고 시청자들과 1시간 늦은 이스턴 타임존의 뉴욕 시청자들은 동시에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지만, 퍼시픽 타임존의 LA 시청자들은 뉴욕과 같은 9시에 시청을 하게 되지만 물리적으로는 3시간 늦게 보게 되는 셈이다.

 

 

 

 

 


▲ 미국의 타임존

 

 

 

그리하여 불가피하게 이런 복잡한 타임존으로 인해, 아니 정확히는 SNS로 대표되는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인해 센트럴 타임존과 이스턴 타임존에 살지 않는 3/4의 미국 시청자들은 원치않는 스포일러와의 전쟁에 시달리게 되었다. LA의 시청자들이 본방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켜기라도 하면 뉴욕이나 시카고의 시청자들이 올린 트윗이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시즌 피날레에서 누가 죽었으니,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됐느니, 작품상 수상작이 어떤 드라마니 하는 스포일러에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스포일러를 피할 수 있는 MSNBC.com과 같은 인터넷 채널이나 위성 케이블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올림픽 중계를 보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한다거나, 좋아하는 드라마의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몇 시간씩 일찍 귀가를 해야 하는 수고는 피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LA나 캘리포니아와 같은 서부가 무대인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위성 TV가 달린 집에 모여서 함께 TV를 시청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게 전부 다 스포일러를 피해서 보다 빠르고 현장감있게 본방을 시청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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