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 친한 모녀 이야기, 길모어 걸스

2000년 하이틴 혹은 패밀리 드라마의 강자 워너브러더스 채널에서 처음 방영된 ‘길모어 걸스’는 미국에서 단풍이 가장 예쁜 곳이라는 코네티컷주의 조그만 도시 스타스 할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타스 할로는 가상의 마을이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 또한 다분히 드라마틱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이웃 동네 사람들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함께 엮어나가는 삶의 재미는 누구든지 한번은 꿈꿔봤을 법한 판타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상상하자면 예컨대 이런 것이다. 마을의 최고령 강아지가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까만 정장 차림으로 조문을 온다. 결혼식이 있으면 마을 광장에서 밤새 맥주 파티가 벌어진다. ‘엑스 파일’ 같은 인기 드라마가 종영이라도 하게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외계인 코스프레에 도넛 파티라도 열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곳 말이다.

 

따지려 들면 끔찍한 사건 사고라고는 찾아볼 수 없기에 '미드' 상에서는 도리어 비현실적인 그런 공간에 열여섯의 고등학생이 임신하여 낳은 딸이 열여섯이 되던 해에 드라마가 시작된다. 어린 나이에 사고 치고 집을 뛰쳐나왔지만 딸 하나는 기막히게 잘 키웠다고 자부해도 좋을 로렐라이 길모어는 부모님 보란 듯 자수성가를 꿈꾸고 있다. 딸 로리 길모어도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말 그대로 베스트 걸프렌즈 관계 이상의 모녀지간이다.

 

무도 이상적인 환상 속의 마을에서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의 모녀지간, 그리고 주변부의 별의별 사람들이 7년 동안이나 갖은 연애와 일상의 시행착오를 일으키며 꿈을 가꿔나가는 따뜻하고 정감 어린 이야기가 바로 ‘길모어 걸스’다. 참고로 ‘길모어 걸스’는 보통 드라마의 서너 배가량의 대사를 웃고 찧으며 끊임없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데다 미국 대중문화의 거의 모든 아이콘을 두 모녀의 대화 속에 녹여내고 있어 최고의 영어공부 교재가 되기에도 손색이 없다.

 

'길모어 걸스'는 2000년 과거 워너브러더스 채널에서 처음 시작되어 방영을 하다 UPN의 통합 채널인 CW 채널의 효녀 프로그램으로 7년 동안 장수를 누린 후, 2007년 5월 두 주연 여배우의 계약이 연장 체결되지 않으면서 시리즈를 끝마치게 된다.

 

일곱 시즌을 방송하는 동안 전체 시청자수로는 모두 100위권 밖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첫 번째 시즌에서 네 번째 시즌까지 18세에서 25세 여성 시청률이 전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젊은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이다.

 

2004년 네 번째 시즌의 7번째 에피소드인 'The Festival of Living Art'로 프라임 타임 에미상 분장상 부문에 단 한 차례 노미네이트되어 수상에 성공해서 노미네이트 대비 수상 비율 100%로 이 부문 최강의 전설을 보유하고 있다. '길모어 걸스' 주제곡 'Where You Lead'는 팝가수 캐롤 킹이 온전히 '길모어 걸스'를 위해 딸과 함께 본인의 1971년도 히트송을 다시 녹음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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