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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소킨 - 미드 최고의 드라마투르기의 연금술사

크로스로드 2013.01.23 00:18

2008년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 스콧 루딘이 데이빗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 대한 영화의 각본을 아론 소킨이 맡는다고 발표했을 때, 21세기 최고의 신흥 벼락부자의 빛과 그림자를 묘사해내는데 그만한 적임자는 없다는 게 세간의 중론이었다.

 

2년 후 발표된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호평과 더불어, 아론 소킨은 2011년 전미비평가협회,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의 최우수 각색상을 모두 휩쓰는 극작가로서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스몰 경영 이론을 접목시켜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빌리 빈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담은 영화 ‘머니볼’로 재차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된다. 이쯤 되면 21세기 최고의 신화적인 인물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 영화의 각본 책임자가 아론 소킨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영화의 성공을 위한 최선의 안전 장치일지도 모른다.

 

 

 

 

 

뉴욕 시라큐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아론 소킨은 1983년 졸업 이후 뉴욕에서 배우가 되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내 연기보다는 극작에 더 소질이 있음을 깨닫고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극작가로서의 소킨을 본격적으로 무대에 진입시킨 것은 연극 ‘어 퓨 굿맨’이었다.

 

워너 브라더스의 부회장을 맡기도 했던 프로듀서 데이비드 브라운이 소킨의 대본을 보고 초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영화화 판권을 구입하고, 톰 크르주, 데미 무어, 잭 니콜슨, 케빈 베이컨 등의 화려한 출연진으로 롭 라이너 감독이 영화화를 진행하게 된다.

 

소킨의 영화 각본 데뷔작이기도 한 ‘어 퓨 굿맨’은 전세계 흥행수익 2억 달러를 넘기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아론 소킨 역시 첫타석에서 그랜드슬램을 날리는 할리우드의 대형 루키로 메이저 무대에 무혈 입성한다. 그 후 소킨은 해롤드 베커 감독의 스릴러 영화 ‘맬리스’, 마이클 더글라스와 아네트 베닝이 달콤한 백악관 러브스토리를 연출했던 ‘대통령의 연인’ 등의 영화의 각본을 맡아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아론 소킨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어 퓨 굿 맨’도 ‘대통령의 연인’도, 심지어는 ‘소셜 네트워크’나 ‘스티브 잡스’도 아니다. 아론 소킨이라는 네 글자를 전세계에 낙인 새긴 작품은 NBC의 본격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이다. (명심하자. 미드 팬이라면 제리 브룩하이머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제작자가 아닌 CSI 시리즈의 아버지로 기억해야 하고, 브래들리 쿠퍼와 켄 정을 ‘행오버’의 필과 초우가 아닌 ‘앨리어스’에서의 시드니의 친구인 ‘윌 티핀’과 ‘커뮤니티’의 세뇨르 챙으로 기억해야 한다.)

 

 

 

 ‘웨스트 윙’ 시즌 2 오프닝 [각주:1]

 

 

1997년 소킨은 프로듀서 존 웰스와 점심을 먹으면서 ‘대통령의 연인’ 각본 작업 당시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직원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를 나누게 된다. 웰스는 소킨과의 대화에서 착악한 백악관 스텝들의 이야기를 다룬 본격적인 정치 드라마를 NBC에 제안한다.

 

하지만 1997년 12월에 터진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인해 백악관 정치드라마는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듣게 된다. 1999년 2월 12일 미국 상원은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위증과 사법방해 등 2개항의 탄핵안을 모두 부결시켰고, 클린턴은 탄핵안 최종 표결 발표 후 성명을 통해, 성추문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고, 남은 임기중 국정 운영에 전념을 다하겠다는 사과 메시지를 남긴다.

 

같은 기간 실시된 CBS의 여론 조사에서 클린턴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되어야 한다고 믿는 국민들의 비율이 64%에 이르자, NBC 역시 백악관 정치 드라마 제작에 청신호를 켜도 좋다고 판단하고, 1999년 9월 22일 드디어 ‘웨스트 윙’의 파일럿 에피소드가 방영된다. 드라마 ‘웨스트 윙’은 데뷔 시즌부터 4년 연속으로 에미상 프라임타임 드라마 부분 작품상을 독식하며, 코미디나 시트콤을 배제한 순수 극화 드라마 부분에서 역대 에미상에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 남는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일곱 시즌을 방영한 ‘웨스트 윙’은 네 번째 시즌까지 숨도 쉴 틈 없이 몰아치다 다섯 번째 시즌부터 맥이 풀리는 레임덕 현상을 겪게 된다. 이 시기는 처음 네 개의 시즌 88개의 에피소드 중 87개의 각본에 참여했던 아론 소킨이 ‘웨스트 윙’에서 하차하게 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론 소킨은 1987년부터 긴장 완화와 스트레스성 중압감을 이기기 위해 마리화나와 코카인에 손을 댔다가 1995년부터 이혼한 부인 줄리아 버닝햄의 설득으로 재활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2001년 드디어 ‘웨스트 윙’의 두 동료인 존 스펜서와 마틴 쉰이 보는 앞에서 약물중독을 극복했다는 메달을 받게 된다.

 

하지만 두 달 후 로스앤젤레스 버뱅크 공항에서 다량의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체포되고, 이 사건은 아론 소킨이 ‘웨스트 윙’을 떠나는 데 결정적인 빌미가 된다. 아론 소킨 없는 ‘웨스트 윙’은 대런 스타 없는 ‘섹스 앤 더 시티’고 래리 데이비드 없는 ‘사인펠트’ 아니겠는가. ‘웨스트 윙’에서 하차한 아론 소킨은 실제로 자신이 참여하지 않았던 ‘웨스트 윙’의 나머지 시즌을 절대로 보지 않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린 여자를 도저히 만날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웨스트 윙’ 이후의 아론 소킨은 영화와 텔레비전을 오가며 인상 깊은 작품을 다수 남기게 된다. 그 중에는 ‘소셜 네트워크’나 ‘머니볼’처럼 확연한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지만, ‘찰리 윌슨의 전쟁’이나 ‘스튜디오 60’처럼 관객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2011년 다시 텔레비전으로 돌아 온 아론 소킨은 HBO와 손을 잡고 지금까지의 자신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뉴스룸’이라는 드라마를 선보이게 된다. ‘웨스트 윙’에서 아론 소킨이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 낭만주의에 근거한 정치적 이상주의였다면, ‘뉴스룸’에서는 텔레비전 뉴스의 유토피아적 책무를 표현해 내고자 노력했다.

 

 

‘뉴스룸’ 시리즈 프리미어 프로모션 트레일러

 

 

그 목표를 위해 FOX에서부터 CNN, MSNBC의 유력인사들을 인터뷰하며 뉴스 현장에서 마치 벽에 붙은 파리처럼 보냈다는 아론 소킨의 말따라, ‘뉴스룸’은 ‘웨스트 윙’ 못지않은 다분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로운 명품 미드로 자리 잡을 태세이다.

 

캐릭터들간의 속사포 같은 짧은 리턴 매치 대사, 두 명의 캐릭터가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워크 앤 토크, 캐릭터가 신념을 주장하는 장면에서 엄청나게 긴 대사로 일장연설을 쏟아내는 롱테이크 토크, 자존심이 강하고 냉소적인 남성 캐릭터, 정치적으로 지적인 여성 캐릭터 구현 등이 아론 소킨 대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드라마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부적처럼 자신의 모든 작품의 첫 번째 시즌 피날레 에피소드 제목을 ‘오늘은 어떤 날이었는가?(What kind of day has it been?)’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2012년 8월 26일 방영된 ‘뉴스룸’의 첫 번째 시즌 피날레 에피소드에서는 이 규칙에 예외를 두게 된다. HBO 웹사이트에서 마련한 시청자와의 대화에서 아론 소킨은 이 예외에 대해 그냥 부적을 지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를 시험해보고 싶었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쿨하게 반응했지만, 혹자는 직전 작품인 ‘스튜디오 60’이 조기 캔슬되면서 더 이상 부적의 효용을 믿지 않는 소심함 때문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1961년 6월 9일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딸을 하나 두고 있다. ‘웨스트 윙’의 애너베스 쇼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글리’에서 복학생 애이프릴 역으로 출연했던 뮤지컬 가수인 크리스틴 체노웨스, 뉴욕 타임즈 칼럼리스트인 머린 도우 등과 사귀었으며, 지금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샬롯 역의 배우 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아론 소킨의 연인이다.

 

신장이 거의 190센티미터에 이르는 아론 소킨의 실제 모습은 ‘어 퓨 굿 맨’, ‘대통령의 연인’, ‘스포츠 나잇’, ‘웨스트 윙’, '30 락' 등에서 카메오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보다 확실하게는 HBO 코미디 드라마 ‘앙투라지’에서의 특별 출연을 확인하는 게 제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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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년 4월 9일 yann님의 제보에 의하면 삽입된 동영상은 '웨스트윙' 시즌1 오프닝이 아니라 시즌2 동영상이라고 합니다. 일단 수정은 했습니다만, 근데 전 다시 봐도 시즌1과 2과 구분이 안 됩니다만.. 어떻게 아신거죠? ^^ [본문으로]
Comments 5
  • 거부기 2013.03.28 15:59 신고 아론 소킨이 각본 썼다고 그러면 영화든지 드라마든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항상 이거였어요. '배우들 애좀 먹었겠네..' 영화 보는 제가 다 힘들정도로 대사가 빠르고 길더군요 ㅎㅎ
  • 에따블리 2013.03.28 17:33 신고 아..ㅎㅎ 저도 그런 생각해요! 대사가 길고 속사포에 게다가 꼭 걸어가면서 하는 대사가 그렇게 많아요! 우리 나라로 치면 김수현 대사..그거x5배 정도 되는거겠죠 ^
  • yann 2013.04.09 18:18 신고 웨스트윙 오프닝은 시즌 2로군요.
    아 뉴스룸 시즌 2기대중입니다..
  • 에따블리 2013.04.09 21:56 신고 yann님.. 일단 수정은 했습니다만.. 근데 이게 시즌2라는 거 어떻게 구분하신 거에요? 저도 웨스트윙은 전체 시즌을 2번 이상 완독했습니다만 전혀 구분이 안됩니다만?!!! ^^
  • yann 2013.04.10 19:12 신고 아...다른건 모르고 시즌 1 오프닝엔 다나 모스 역의 재널 멀로니가 안나오고 맨디역의 모이라 켈라가 나오죠. 이 배우가 하차하고 재널 멀로니가 시즌 2부터 고정으로 나오고요.
    제가 최근에 웨윙 정주행을 마친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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