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자동차 폭탄 사고로 아내를 잃은 전직 형사 에이드리언 몽크는 이제 사립탐정이다. 하지만 100가지가 넘는 온갖 공포증과 온갖 강박장애 때문에 조수를 달고 다니는 유난한 탐정이다. 몽크의 인생 목표는 다시 형사로 복귀하는 것과, 여전히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아내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2002년 미국 베이직 케이블 채널의 최강자인 USA 네트워크에서 데뷔한 '명탐정 몽크'는 과학수사와 테크놀로지의 디지털 수사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아날로그 정통 추리 수사물이다. 별의별 공포증 때문에 사회생활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번 본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축복이자 저주인' 기억력과 관찰력을 무기로, 탐정 몽크는 첨단 과학을 무색하게 하며 사건의 퍼즐을 기막히게 맞춰 나간다. 그리고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연다. "범인은 바로 이 안에 있어요"가 아니라 "사건을 해결한 것 같아요" 혹은 "바로 이렇게 된 것입니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 '수사물을 가장한 코미디 드라마'의 지존에 위치하고 있는 드라마인 '몽크'는, 요란벅적하지 않은 잔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셜록 홈즈 식의 정통 추리기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명탐정 몽크'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느냐이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결말에 도달하면서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명탐정 몽크'의 과거 아날로그 추리물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 때문이다.
'명탐정 몽크' 시즌 4 오프닝 시퀀스
또한 '몽크'의 힘은 잘 짜여진 캐릭터 라인에 있다. 2002년 드라마의 시작 때부터 2009년 시리즈 종료때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8번 연속 프라임 타임 에미상 코미디 부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3번 수상에 빛나는 몽크 역의 토니 살롭의 연기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이다.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이기에, 말하자면 특이한 캐릭터이기에 오히려 쉽게 싫증을 안겨줄 수도 있으련만, 여덟 시즌을 이어져오는 동안 시청자들의 변덕을 내내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저력을 이 배우는 보여주고 있다. 몽크의 여조수를 비롯하여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살인자 '버팔로 빌'로 출연도 했다던 스톨트마이어 반장이나,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랜디 디셔 경위 역시 원 톱 타이틀인 이 드라마에 넘치지 않는 양념 역할을 해준다.
2009년 종영 이후 3년 여가 지난 2012년 1월 17일 '명탐정 몽크'의 크리에이터인 엔디 브렉먼은 '명탐정 몽크'의 TV 영화 버전인 '미스터 몽크 시장에 출마하다'편의 스크립트 작업을 끝마쳤다고 발표했다. 또한 몽크 교주들의 눈이 번쩍 띄일 소식인 속편 드라마 제작에 착수할 것이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예산 문제로 모든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잔인한 장면도, 야한 장면도 없고, 과거 '수사반장'이나 '형사 콜롬보'처럼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보기에도 좋은 '명탐정 몽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드를 원하는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미드 중의 하나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유난히 깔끔을 떤다거나, 조금이라도 결벽증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말라. 그들에게 몽크는 TV 드라마가 아닌 멘토이자 교주가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