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에이브람스와 제니퍼 가너의 앙상블 스파이 액션 드라마, '앨리어스'

이제는 텔레비전 크리에이터보다도 영화 감독으로 훌쩍 더 커 버린 J.J. 에이브람스가 현재 할리우드 블락버스터 감독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원천작이 바로 ABC의 2001년작 '앨리어스'이다. 첩보기관의 스파이들 이야기를 다루며, 15세기 가상의 예술가이자 예언가인 램발디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싸움이 주된 틀을 이루고 있는 '앨리어스'는 확실히 TV 드라마라는 포맷으로 보다 넉넉하게 꼬고 짠 J.J. 에이브람스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앨리어스'는 여주인공 시드니 브리스토 역을 맡은 제니퍼 가너가 아니고서는 성공을 거두기도, 심지어는 제작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에이브람스는 WB의 청춘물 '펠리시티'를 제작할 때 조연으로 쓴 제니퍼 가너의 생기에 매료되어, 아예 그녀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앨리어스'를 구상했다고 한다. 귀여운 인상이지만, 야무진 턱선 덕분에 영특해 보이고, 신체 또한 강건하여 여전사의 카리스마를 내뿜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또 제니퍼 가너만큼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배우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얼굴과 몸도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아름답게 웃는 모습은 배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재산이다. 극도로 긴장감 넘치는 임무 사이사이에 시드니가 보여주는 미소는 시든 꽃도 다시 피게 할 것만 같이 화사하다. 그런 그녀가 회마다 화려한 변장을 선보이며, 임무수행을 위해 세계를 종횡무진 누빈다. 반까지라고 하면 과장이 심한 것이 되겠지만, 촬영 시간 중의 상당한 부분을 변신 분장에 들이지 않을까 할 만큼 그녀는 팔색조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스파이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시드니 브리스토의 팔색조 변신 장면이 돋보이는 '앨리어스' 시즌5 오프닝 

 

 

'앨리어스'는 배신과 부활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신에 대해 말하자면, '앨리어스'에서 배신은 그냥 일상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시드니 브리스토는 대학 시절에 CIA 산하에 비밀업무를 담당한다고 자처하는 조직 SD-6의 스카우트를 받고 스파이 생활에 입문하게 된다. 그러나 이 조직은 램발디의 비밀을 완성시키려는 음모와 야심으로 탄생한 유령 조직임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활. 부활로 따지면, 현실의 것이 아닌 기술을 마구 쓰기로 작정한 바에야, 사람 죽이고 살리는 것은 이 드라마에서는 일도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죽였다가 극적으로 살려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주 엑스트라만 아니면 인물이 죽었다고 아쉬워할 일도 없이, 지긋하게 기다리고만 있으면 멀쩡히 되살아와 제자리를 찾는다. 나중에는 죽음으로 비롯되는 클리프행어의 긴장감이 약간 줄어드는 측면마저 있지만, 그것 역시 만화 같은 재미에 슬쩍 용납이 되고 만다. 부활을 너무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 싶어도, 자꾸 보다 보면 애교스럽고 코믹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2001년 9월 30일 방영을 시작하여, 시즌2의 13번째 에피소드를 제37회 슈퍼볼 리드아웃 프로그램으로 방영하며 1,74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 모아 시리즈 최고 성적을 거둔 '앨리어스'는 미국 영화연구소가 뽑은 '2003년 최고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국 엠파이어 매거진이 뽑은 '역대 최고의 TV 드라마 50'에서 35위를 차지하고, 액션 드라마라는 장르에서 독보적인 재미와 스릴로 다른 드라마를 압도하는 쾌감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시즌5까지 선전하다 2006년 5월 22일 더 이상의 램발디 낚시질이 불가능할 시점에서 종영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앨리어스'가 다섯 번째 시즌을 17개 에피소드만에 접으며 시리즈를 종영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주인공 제니퍼 가너의 임신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극중 캐릭터 시드니 브리스토의 액션 연기에 밀도가 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제니퍼 가너 역시 출산 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지난 드라마라서 지금 보면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J.J. 에이브람스를 있게 한 작품인 '앨리어스'는 옥에 티 따위는 그냥 괘념하지 않고 쿨하게 시리즈를 달려주면 즐거운 드라마이다. 볼 끝이 지저분하고 난삽하면 어떠랴. 투수가 아웃 카운트만 잡으면 승수는 쌓이지 않겠느냐 정신으로 낚시질을 해 대는 지금의 J.J. 에이브람스가 괜히 태어난 게 아니다는 느낌이 확연이 사는 작품이 바로 '앨리어스'이다. 게다가 지금 보면 반가운 얼굴들도 아주 많이 등장하는 추억은 방울 방울은 보너스 덤이다.

 

 

 

 

 

 

브래들리 쿠퍼의 신인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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