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청춘 드라마의 모범이자 교과서, 도슨의 청춘 일기

한때 일본의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의 청춘 3부작, '터치' '러프' 'H2'를 너무 좋아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다시 봐주는 연례행사를 가졌던 적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완벽한 스토리와 완벽한 구성으로 개인적인 클래식 만화 반열에 올려 놓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듬뿍 쏟았던 작품은 'H2'였다. 34권 짜리를 도합 34번은 본 것 같다.

 

그 정도로 보다 보니 나중에는 대사를 외울 정도가 되면서, 그렇다면 H2와 비견될 수 있는 청춘물의 완벽함을 선보인 미국 드라마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결론은 영화 '스크림'의 감독 케빈 윌리엄슨이 자신의 하이틴 시절의 경험을 반영해서 만든 걸작 청춘 드라마 '도슨의 청춘일기'로 낙찰을 봤다.

 

 

 

FOX의 인기 법정 드라마 '앨리 맥빌'의 어떤 에피소드를 보면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미성년자 추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앨리에게 판사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도슨의 청춘일기'라는데 미성년자라고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묻자, 앨리가 "30대 남자도 '도슨의 청춘일기' 좋아하는 사람 아주 많다!"고 항변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완성도와 재미, 주옥같은 대사와 스토리텔링, 아다치 미츠루의 'H2'의 네 주인공 히로, 히데오, 히까리, 하루카에 비견될 정도로 예쁘고 정이 잔뜩 가는 제임스 반 더 비크, 케이티 홈즈, 미셸 윌리엄스, 조슈아 잭슨 등의 등장인물들, 거기에 아련한 청춘의 추억이 그대로 묻어나는듯한 폴라 콜의 주제곡까지, 빛바랜 흑백사진같은 시절의 드라마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청춘물과 패밀리 드라마의 가장 모범적인 교본에 가까운 드라마가 바로 '도슨의 청춘일기'이다.

 

 

폴라 콜의 주제곡 'I Don't Want to Wait'

 

1998년 1월 20일 지금의 CW 채널로 인수합병되기 전의 워너브라더스 채널에서 데뷔한 '도슨의 청춘일기'는 조숙한 아이들의 사랑과 우정이라는 주제를 하이틴 청춘물의 구성으로 확립시킨 대표적인 드라마이다. '원 트리 힐' 'The O.C' '가십걸' 등의 거의 모든 드라마들의 캐릭터 구성이 모두 '도슨의 청춘일기'에 빚을 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흡입력 있는 내용으로 1990년대 후반의 브라운관을 매혹으로 채워넣었다. '앨리 맥빌'의 에피소드에서처럼 팬층은 하이틴을 넘어 20, 30대 성인들이 더 열광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도슨의 청춘일기'에 쏟아진 찬사 역시 대단했다. 시네마틱 인콰이어의 존 키스웨터는 "쿨한 아이들과 뉴 잉글랜드의 매혹적인 세팅, 그리고 놀라운 시네마토그래피를 선보인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드라마"라 평했고, 시애틀 타임즈가 선정한 1998년도 가장 뛰어난 드라마도 '도슨의 청춘일기'였다.

 

채널 자체가 5대 메이저 방송국의 가장 밑단계에 불과한 워너브라더스 채널이라 대단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슨의 청춘일기'는 방송국 최고의 시청률로 데뷔해서 다시 한번 방송국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시즌1 피날레 방송을 마쳤다. 그리고 하이틴 청춘물의 운명처럼 '도슨의 청춘일기'도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이나 대학으로 이동을 하면서 인기가 하락, 2003년 5월 14일 여섯 시즌 128개의 에피소드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챙겨서 꼭 보아야 할 하이틴 청춘물의 교과서, 바로 '도슨의 청춘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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