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완벽한 미드를 찾는다면 그 영예는 어떤 작품에 돌아가게 될까? 저 멀리 '맥가이버'에서부터 '엑스 파일'을 거쳐 '웨스트 윙', '소프라노스', '브레이킹 배드', '사인펠트', 'CSI'까지 머리를 굴려보게 되지만, 정작 수년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장수를 누렸던 드라마는 일찌감치 후보에서 탈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드가 제 아무리 기본이 탄탄하다고 해도 일 년씩 시리즈를 이어가며 드라마가 연장되는 시즌 제도의 속성상 그 어떤 드라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침 없이 완벽함을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굳이 시즌제 드라마에서 후보를 꼽아 보자면 '소프라노스'와 '브레이킹 배드' 정도가 전 시즌에 걸쳐 완벽한 균형감각을 유지한 작품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장 완벽하다는 타이틀에는 뭔가 0.2%의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그 모든 한계와 가능성의 토대를 감안하여 가장 완벽한 미드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자격이 있는 드라마는 뭐가 있을까? 어쩔 수 없이 '밴드 오브 브러더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HBO라는 거대 유료 케이블 채널과 제2차 세계대전에 거의 집념에 가깝게 매달리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 이 세 막강 자본이 합쳤으니 불도저처럼 밀어붙였을 그 장엄한 연출력과 감동의 하모니는 완벽함이라는 타이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수년간 지속되는 시리즈 드라마와 달리 10부작 미니시리즈로 기획된 ‘밴드 오브 브러더스’는 TV 미니시리즈라는 장르가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질질 끌지 않는 압축적 구성이면서도 영화처럼 2시간 내외의 아쉽게 짧은 감상시간은 왠지 부족함이 느껴지는 간극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세트나 소품을 활용했음에도,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TV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많은 1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전쟁 드라마 혹은 전쟁 영화의 영역에까지 일획을 긋는 걸작으로 탄생했다. 완성도에 작품성, 유머와 감동 어느 부분 하나 빠진 것이 없기에 감탄에 경탄, 나아가서 눈물과 감동이 어우러지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미드인 것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오프닝 시퀀스
2001년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두 달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방영된 ‘밴드 오브 브러더스’는 TV 드라마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작이다. 2001년 9월 9일 방영된 첫 번째 파트에서 유료 케이블로서는 유례가 없는 1,00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지만, 이틀 후 발발한 9/11로 인해 HBO는 모든 마케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두 번째 에피소드 역시 720만 명이 시청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수상 기록 역시 화려하다. 프라임 타임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총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당해년도 골든 글로브와 피바디 어워드에서도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 유명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베이스볼 피날레 장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 DVD 부가 수익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다. 미국 드라마의 레퍼런스급 구매의 최전방에 서 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2002년 출시된 박스셋이 무려 2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HBO에 안겨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톰 행크스와 짝을 이루어 미국이 냉전의 한 축에서 결정적인 패권을 갖고 전후사업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된 이 전쟁에 대해 부조리와 비판의 언급마저 내세우기 힘든 드라마를 아주 멋지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중간에 호흡이 흩어질 위험이 적은 미니시리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미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드라마는 바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