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변호사들, 보스턴 리갈

2000년대 첫 10년 동안 '샤크' '클로저' '미디엄' '로 앤 오더' '데미지스' 등 검사, 변호사, 배심원 등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숱한 법정, 수사 드라마가 가히 군웅할거를 이루었던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으로 변호사들의 입담을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보스턴 리갈'이다.

 

 

 

미셸 파이퍼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보스턴 리갈'의 크리에이터 데이빗 E. 켈리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변호사의 세계이구나 싶은 상황을, 예의 그 기지 넘치고 재기발랄한 각본에, 뒹굴다 자지러질 수밖에 없는 황당무계한 설득력으로 그려낸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온갖 술수와 음모까지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들의 세계에서, 오직 창의력과 말솜씨로만 승부를 보는 정통 변호사들의 요지경을 보고 있자면, 정말 어찌나 깜찍하고 야무진지, 참 잘했어요, 하며 그놈의 입을 한 대 톡 쥐어박아 주고만 싶은 욕구가 일 정도다.

 

'보스턴 리갈'의 이야기는 데이빗 E. 켈리가 '앨리 맥빌'에서 선보였던 어이없을 정도로 엉뚱한 캐릭터들이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기가 찬 궤변론으로 세상을 해석했던 방식에다가 몇 갑절 더 코믹한 장치가 버무려져 완성형을 선보인다고 하면 들어맞을 것 같다.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다치 미츠루라는 작가의 이름이 익숙하겠거니와, 아다치 미츠루가 '터치'에서 'H2'에 이르면서 완벽한 열혈 청춘 스포츠 만화의 완성본을 만들어냈듯, 데이빗 E. 켈리 역시 '앨리 맥빌'을 거쳐 '보스턴 리갈'에서 법정 코믹물이라는 장르의 완성을 이뤄냈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이견이 없을 테크닉을 선보이고 있다.

 

 

'보스턴 리갈' 트리뷰트 영상! 아, 데니 크레인~!

 

 

재미있는 것은 아다치 미츠루가 만화인지 현실인지 만화가 자신을 등장시키기도 하면서 만화 속에서 장난을 치듯, '보스턴 리갈'의 제작진들 역시 드라마가 허구인지 픽션인지를 모르게 넘나들면서 비슷한 장난을 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 장치가 역시 강도 높은 웃음을 유발한다. 드라마 출연 이래 각종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 제임스 스페이더 분의 앨런 쇼어와 저 옛날 '스타트랙'의 커크 선장님 윌리엄 섀트너, 이 골수 민주당원과 골수 공화당원의 끝도 없는 '꼴통' 행각과 우정도 볼 만하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ABC에서 여덟 시즌을 장수하며 종영이 되었던 데이빗 E 켈리의 전작 '프랙티스'의 변호사 앨런 쇼어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스핀오프이기도 한 '보스턴 리갈'은 2004년 10월 3일 첫 에피소드를 내보낸 이후 다섯 시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신디케이션 방영 마지노선인 100개 에피소드만을 정확히 넘긴 딱 101개의 에피소드를 방영하고 2008년 9월 8일 종영되었다. 모태가 되었던 드라마인 '프랙티스'가 두 차례의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포함해서 각종 어워드를 휩쓸었던 경력이 있었던 만큼, '보스턴 리갈' 역시 에미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청률만 조금 더 받쳐주었더라면 한두 개 시즌 정도는 더 연장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팬들에게는 아주아주 아주 아쉬운 종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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