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내추럴'의 타이틀 태그 라인 "공포는 사치다"라는 말아 무색하게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심령 공포물이라고 생각하시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방심하고 보다가는 화들짝 놀라기 쉬운 으스스한 장면도 꽤 많이 나오는 드라마이다. 처음 파일럿 에피소드를 보자마자 떠올렸던 것은 다름 아닌 '전설의 고향'이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느닷없이 유령이 튀어 나오고, 주인공의 등 뒤로 발에 바퀴 달린 것 같은 귀신이 스윽 하고 지나가는 식의, 아주 단순하고 친숙한 기법으로 공포감을 안겨주는 드라마가 바로 '수퍼내추럴'이다.
미국 전역을 누비며 각종 악령과 귀신, 폴터가이스트(현상)와 싸우는 사냥꾼들은 젊고 멀쩡하게 생긴 형제이다. 둘 다 강인한 인상은 아니지만, '용감한 형제'의 하디 보이들보다 훨씬 무서운 사건을 다루면서도 떠는 모습조차 거의 안 보여주는 강심장의 소유자들이다.
'길모어 걸스'에서 로리의 첫사랑 딘을 연기했던 제어드 페덜레키는 스탠포드를 전액 장학금으로 졸업한 동생 샘 윈체스터로 분하고 있다. 그는 운명처럼 지워진 퇴마사의 길을 피해 로스쿨에 들어가 세상 사람들 사는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친다.
반면에 아버지의 지휘 아래 가업이 된 유령사냥 때문에 학업도 마치는 둥 마는 둥했던 형 딘 윈체스터는 화사한 용모와 달리, 낭랑한 전자기타 소리가 메아리치는 80년대 헤비메탈을 즐겨 듣고 성냥갑처럼 생긴 1960년대 모델의 차를 애지중지 몰고 다닌다. 다혈질에 작업 기술이 '프렌즈'의 조이를 연상케 하는 것이, 무던히도 마초가 되기를 갈망하는 귀여운(?) 인물이다. 이 두 형제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아웅다웅하다가도, 악행을 일삼는 유령들을 잡을 때는 의기투합하는 드라마가 2006년 워너브라더스 채널에서 당시 신작으서로는 유일하게 히트를 기록했다는 드라마 '수퍼내추럴'이다.
풋풋한 시절의 딘과 샘의 얼굴, 시즌1 프로모션 영상!
물론 2006년 당시 워너 브라더스 채널에는 '길모어 걸스'와 '스몰빌' '베로니카 마스' 등이 건재하게 포진하고 있었지만, 빅 루키 신작이 비교적 적었던 당시 '수퍼내추럴'은 상당히 선전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초자연 현상 드라마'에서 다른 드라마들이 부지기수로 쓰러져가는 가운데 '수퍼내추럴'이 살아남은 것은 비단 타이틀 롤을 맡은 두 명의 눈에 띄는 용모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 '부기맨'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작가 에릭 크립케의 말대로, "매주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목표였다. 이 드라마가 과도하거나 어정쩡하게 심리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요소를 투입하는 대신,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코드를 알뜰하게 구현하며 시청각적인 재미를 안겨주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미국 드라마라면 으레 표현할 수 있는 수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가 낭자한 잔인한 살육 장면은 공중파 채널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기도 했다. 화면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이나 애완동물이 희생된다는 암시는 늘 안전한 드라마투르기를 추구하면서도 반 걸음씩 더 떼어놓는 영악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매회 각각 다른 종류의 공포영화를 선보이겠다는 크립케의 포부가 아주 잘 실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면도 없진 않다. 하지만 궁극의 적인 '악마'와의 싸움과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미션을 큰 줄기로 해서, 각기 다른 개성의 초자연적 존재를 그리는 단편, 단편의 이음새도 별다른 흠 없이 매끄러운 구성을 선보였다.
각기 다른 개성의 초자연적 존재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미국의 공포 민담과 신화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윈체스터 형제는 큰 대륙 안에서 주로 내륙 주들의 이름 없는 곳을 떠돌며 퇴마 활동을 펼치는데, 특히 한을 품은 원혼들의 복수 행각이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전설의 고향'이 괜히 떠오르는 것이 아닌 이유다. 또 형제의 퇴마 활동도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인 만큼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깨지고 까지고 날아다니는 하드보일드 액션이 호러에 더해진다.
2005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목요일밤 시간대에서 'CSI' '그레이스 아나토미' 등과 맞짱을 뜨며 거의 10년에 이르는 시간을 버텨온 '수퍼내추럴'은 현재 '원 트리 힐'이 퇴장한 이후 CW 채널의 가장 지긋한 터줏대감 드라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즌5를 마지막으로 메인 스토리를 일단락 정리해서 시리즈가 종결되는가 싶었지만, CW로서는 젊은층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드라마를 놓을 수야 없는 일. 2010년 12월 16일 공식적으로 시즌6으로 연장이 된 '수퍼내추럴'은 에릭 크립케를 포함한 기존의 오리지널 제작진이 물갈이되며, 전체 스토리라인과 분위기도 뭔가 좀 느슨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10번째 시즌까지는 당분간 무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수퍼내추럴' 시즌8 피날레 프리뷰
한국에 '전설의 고향'이 있었다면, 미국에는 '수퍼내추럴'이 있다. 굳이 호러물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세련된 깔끔한 공포와 서스펜스를 원한다면 바로 이 드라마, '수퍼내추럴'이 무난한 정답이다. 2012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지난 25년간 방영된 최고의 컬트 TV 드라마'중 하나로 목록을 올린 '슈퍼내추럴' 역시 미국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한 필견 리스트로 추천이 오고가는 훈훈한 드라마이다. 2013년 2월 11일 CW 채널은 '수퍼내추럴' 시즌9를 공식 리뉴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