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서사시의 탄생, 배틀스타 갤럭티카

2003년 12월 8일과 9일에 NBC의 SF 전문 채널 사이파이 채널에서 방영된 3시간짜리 2부작 미니시리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벌어지는 일종의 탐색전이자 전초전에 가까운 기획이었다. 이 3시간짜리 미니 시리즈 기획물이 500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끌어 모으면서 백도어 파일럿 에피소드 역할로 완벽한 미끼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로 현존하는 SF 드라마 중에서 가장 현란한 완성도를 보인다는 평을 얻고 있는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본방송이 2005년에 첫 전파를 타게 된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줄거리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도 아주 간결하게 요약이 가능하다. 코볼의 12개 행성에서 살아가던 미래의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사이보그인 사일런의 침략을 받게 되고, 멸망의 묵시록에서 빠져 나오게 된 전투함 갤럭티카호를 위시로 해서 사일런의 끊임없는 추격을 피해 신화 속의 13번째 행성인 지구를 찾아 희망의 엑소더스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어디서 충분히 들어봤음직한 내용이다. 게다가 인간형 사이보그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이후 새로울 것 하나 없고, 촘촘한 네크워크에 연결되기를 거부한 구식 전투함의 존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간과 기계, 선과 악의 대립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구도임은 누가 생각해 봐도 뻔한 설정이다.

 

하지만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재미는 이런 뻔한 구도와 설정의 대중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겹겹이 새로움을 더해 나가는 데 있다. SF라고 했을 때 특수효과를 위시로 한 현란한 볼거리와 각종 복잡다단한 전문용어가 난무하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SF에 대해 기초지식이 전무한 시청자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몰입과 중독을 가져온다. 

 

이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도 '배틀스타 갈락티카'의 인기 요인 중의 하나를 “특수효과의 볼거리에 결코 뒤질 것 없는 뛰어난 캐릭터 창출”로 꼽기도 했다. 한마디로 SF의 눈부신 테크놀로지에 캐릭터들의 열연, 긴장감 넘치는 극본 등의 요소가 고루 잘 섞인 수작이다. 게다가 '로스트'의 김윤진,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와 더불어 미드 한국계 배우 삼인방 중 하나인 그레이스 박의 열연은 이 드라마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2004년 10월 18일 사이파이 채널에서 파일럿 에피소드를 내 보낸 이후, 4개의 시즌과 3개의 TV 영화와, 웹에서만 볼 수 있는 3편의 웨비소드를 포함해서 모두 79개의 에피소드로 2010년 1월 10일 최종 시리즈가 종료되었다. 

 

시리즈 종료 후 2010년 1월 22일 스핀오프 프리퀼 시리즈인 '카프리카'가 방영되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한 시즌만에 2010년 9월 30일 캔슬되었고, '카프리카'의 실패를 발판 삼아 또 다른 스핀 오프 프리퀼 시리즈인 '배틀스타 갤럭티카: 블러드 앤 크롬'이 기획되어, 2012년 9월 9일부터 총 10편의 웨비소드로 머시니마닷컴(Machinima.com)을 통해서 방영된 후, 2013년 2월 10일 사이파이 채널을 통해 재방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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