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약상, 미드 '위즈'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을 뒤로 하고 졸지에 가족 부양을 떠안게 된 가정주부가 있다. 메리 루이스 파커가 분한 '위즈'의 낸시 보트윈의 남편은 번지르르한 교외 주택단지에 번지르르한 집 한 채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엄마의 선택은? 값이 꽤 나가는 집을 팔고 좀더 평범한 동네의 집을 사고 조그만 가게라도 차려 성실하게 일하며,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시키며 열심히 사는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엄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좋은 차를 타고, 아이들에게 윤택한 삶을 제공하며, 가정부를 쓰고 살아온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하느니, 마약 딜러로라도 나서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진다. 어찌됐든 미국 중산층의 뭉게구름 같은 행복 이면에는, 붕어빵을 찍어내듯 단조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여피들의 권태가 존재하고, 그들은 담배보다 더 친근하게 마리화나를 피워대며 그 권태를 잊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마리화나를 팔지만 자기는 결코 약에 손을 대지 않고, 마리화나를 파는 일을 하는 것 외엔 어그레틱이라는 그 가상의 교외도시에 사는 사람 치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편인 낸시는 둘 있는 아들의 안녕을 보살피고, 그들이 엄마마저 잃어 고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악전고투한다.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이 된 큰 아들은 엄마로서는 어떻게 손 써볼 수도 없이 마약과 섹스에 빠르게 눈을 떠가고, 좀 별나지만 착하던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별난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 정학 맞기를 일삼고 다닌다. 포기하지 못하는 덩치 큰 집과 생활방식과 그 유지비용 때문에 재정상의 악순환은 거듭되지만, 엄마는 마약을 팔고 그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으로 궁상떨고 사는 일을 피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위즈' 시즌 1 오리지널 리틀 박스(Original Little Boxes) 

 

 

 

겉으로는 연약하고 무력해 보이는 메리 루이스 파커는 이 엄마 역할로 보여준 호연으로 골든 글로브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태생이 사우스캐롤라이나이기도하고, 예전에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나 '의뢰인'에서 보여준 연기 때문인지 몰라도, 남부 사투리가 아니라 말쑥한 영어를 선보이는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게까지 보일 정도지만, 무력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강단 있는 의지를 연기하는 데 메리 루이스 파커는 참 잘 어울린다.  

 

이 엄마는 열다섯 살짜리 아이가 학교에서 열 살짜리 아이에게 약을 팔고, 아들은 제 지붕 아래서 벌써부터 여자친구와 버젓이 섹스를 하고, 열 살짜리 막내아들의 입에서 거침없는 욕이 튀어나오며, 도움이라고는 조금도 되지 않는 시동생까지 가세한 가족을 지퍼백에 담아 진공상태로 밀봉하려고 애쓰지만, 지퍼는 너무 쉽고 무기력하게 열리고 안은 곪아 들어간다. 

 

하루 온종일 약에 절어 사는 낸시의 회계사 더그와 가족의 안위를 위협하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한 철없는 시동생 앤디 콤비, 해탈한 유머 감각을 보여주는 낸시의 마약 공급상이자 흑인인 헤일리아의 가족, 자기 자신과 가족을 끊임없는 불행에 빠뜨리는 것으로 행복을 찾으려는 낸시의 친구 실리아 등이 뭉친 '위즈'는 유료 케이블 채널인 쇼타임의 2005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이며, 뉴욕 타임즈는 '위즈'를 쇼타임을 트랜스포밍시킨 작품으로 뽑기도 했다.

 

 

 

'위즈' 시즌 8 시리즈 피날레 프로모션 트레일러 

  

 

'위즈'는 올라갈 가능성에 대한 희망보다는 추락할 공포에 더 시달리며 그 어떤 계층보다도 자신의 가족과 이익을 방어적이고 보수적으로 수성하려고 하는 중산층의 모습을 대단히 잘 그려낸 드라마이다. 형식과 포맷에서야 '위기의 주부들'의 마이너 판본이라는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내용과 구성은 보다 노골적이고 보다 다채로운 직설을 드러낸다.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어지간히 많이 잃지 않고서는 끄덕도 하지 않는 최상위 계층과 잃을 것이 전혀 없으므로 분방한 최하위 계층과 달리, 추락의 공포를 견디고 살아가는 중산층은 터부와 규칙에 대한 보수성, 아이러니, 가족의 위선을 그리기에 많이 애용되는 대상이다. 흑인이 차를 몰고 지나가면 뒤에 가던 경찰차가 이유 없이 불러 세워 심문을 하는 곳, 백인 변호사와 회계사와 의사들만의 가족으로 채워진 곳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눈물겨운 집념을 그린 드라마가 바로 '위즈'이다.

 

 2005년 8월 7일 데뷔 이후 여덟 시즌을 보내고 2012년 9월 16일 102번째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2012년에는 TV 가이드 네티워크에서 신디케이션 방영권을 구입해서 전연령 시청가 버번으로 편집 후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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