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앤 오더 딕 울프의 소방관 드라마, 미드 '시카고 파이어'

'시카고 파이어'는 '로 앤 오더' 시리즈로 유명한 딕 울프가 제작하는 소방관 드라마로서 시카고 소방 방재팀에 근무하는 소방관, 구조대, 응급요원들의 삶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2012년 10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현재 24개의 에피소드로 1시즌이 진행중이다.  

 

사실 소방관 드라마는 경찰 수사 드라마에 비해 기본적으로 제작과 흥행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우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화재가 등장하는 스케일이 큰 장면을 등장시켜야 하므로 제작비 부담이 있을 수 있고, 범죄 수사물과는 달리 다양한 사건 사고를 통한 드라마의 변주가 힘들다.

 

그래서 소방관 드라마는 범죄 수사물에 비해서 편수도 적고 제작 자체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소방관 드라마를 만들바에는 그냥 그 돈으로 이왕이면 범죄 수사물을 만드는 게 안전한 장사라는 식이다.  

 

하지만 유독 NBC만은 달랐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51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1972년도 작품 '에머전시!'는 6시즌을 이어가며 신디케이션에 성공했고, 1999년도부터 2005년까지 역시 6시즌을 이어갔던 FDNY(뉴욕소방대) 이야기 '서드 왓치' 역시 NBC를 대표하는 소방관 드라마였다. 다른 네트워크에서는 시도조차 잘 안 하고, 설령 시도를 했다고 해도 제대로 흥해보지도 못 하고 캔슬되는 소방관 드라마가 유독 NBC에서는 몇 차례 인상적인 성공사례를 보이곤 했다.

 

 

 

NCB '시카고 파이어' 15초 액션 프로모션 트레일러 

 

 '에머전시!'와 '서드 왓치' 이후 소방관 드라마의 공식을 바꾼 것은 9/11과 FX의 히트작 '레스큐 미'였다. 2001년 미국의 심장부를 테러로 날려버렸던 9/11에서 휴머니즘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은 목숨을 걸고 불타는 월드 트레이트 센터로 진인했던 뉴욕 소방대원들이었다.

 

2004년 7월 21일 첫 방영을 시작한 '레스큐 미'는 9/11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뉴욕 소방대원 토미 개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방관들과 소방관 가족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7시즌을 장수한 FX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에머전시!'가 응급구조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해도 메디컬 드라마 성향이 강하고, '서드 왓치' 역시 FDNY와 NYPD의 비중이 거의 비슷하게 다뤄지는 수사물 성격을 지울 수 없으며, '레스큐 미'가 9/11과 뉴욕이라는 메리트를 먹고 들어간 반면, 딕 울프의 '시카고 파이어'는 장르의 하이브리드 없이, 화면 어디에서도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시어즈 타워가 배경처럼 잡히는 시카고를 근거지로 오로지 소방대원들의 삶과 사랑 하나에만 촛점을 맞추는 정공법을 선택한다.

 

 

 

'시카고 파이어' 1x18 프로모션 트레일러 

 

 

소방관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뉴욕이 아니라면 당연히 2순위는 시카고이다. 시카고의 별명은 '바람의 도시(Windy City)'이다. 1871년 10월 8일 초저녁에 시카고 서쪽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화재는 때마침 불어 온 바람을 타고 시카고 전역을 불태웠고, 화재 당시 30만 명의 주민이 살던 시카고의 1/3 가량의 주민들이 화마에 집을 잃는 역사 속 대화재의 도시가 바로 시카고이다. 시카고 대화재는 시카고 시의 깃발에 그려져 있는 4개의 육각 별 모양의 두 번째를 상징하는 것으로 현재에도 그 아픔이 기억으로 남아 있을 정도이다.

 

'하우스'에서 닥터 체이스를 맡았던 제시 스펜서가 81 소방대 방재대원 매튜 캐시 역에, 레이가 가가의 남친으로 유명한 테일러 키니가 3 구조팀 켈리 서버이드 역에 출연하고 있으며, '라이 투 미'와 '굿 와이프' 등에 출연했던 모니카 레이먼드가 61 앰블런스 구조대원 가브리엘 도슨 역을, CBS '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로리 웨스턴 역을 맡았던 배우 로렌 저먼이 가브리엘 도슨의 61 앰블런스 구조대원 파트너 엘리바베스 쉐이 역을 맡아 미모를 뽐내고 있다. 

 

'시카고 파이어'는 2013년 1월 6일 최종 24번째 에피소드를 주문받아 첫 번째 시즌의 풀 오더가 완성되었지만, 그러나 시청률이 넉넉하지 못 했다.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에 '로 앤 오더: SVU' 다음 시간대에 방영된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CSI'의 13번째 시즌 2번째 에피소드, ABC의 시리즈 프리미어 '내쉬빌'과 맞붙어, 'CSI'의 107만 명, '내쉬빌'의 893만 명에 많이 떨어지는 661만 명의 시청자를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동시간대 맞상대인 ABC의 기대작 '내쉬빌'이 시즌 후반부로 향하며 시청자들의 이탈이 일어나며 '시카고 파이어'가 시청률 역전에 성공하게 되었고, CBS의 노장 드라마 'CSI' 역시 예전의 명성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딕 울프의 '로 앤 오더' 역사 역시 처음에는 미미한 수준에서 인상을 남기지 못 했다는 사례를 거울 삼아 NBC는 딕 울프의 저력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다행히 '시카고 파이어'가 딕 울프의 전작 중에서도 '로 앤 오더: TBJ'의 양태가 아닌 세 번째 시즌에서야 인기 드라마의 탄탄함을 보인 '로 앤 오더: SVU'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게 NBC의 바램이고 확신이다. '시카고 파이어'가 '레스큐 미'를 잇는 인기 소방관 드라마의 탄생이 될지, 범죄 수사물과의 하이브리드 없는 소방관 드라마는 흥하지 못 한다는 징크스의 희생양이 될지는 이제 온전히 딕 울프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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