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몇 프로그램의 시즌 피날레가 남아 있기야 하지만, 공식적으로 2012-2013년 미국 드라마 시즌은 끝이 났다. 이미 2013년 여름 시즌 프로그램은 방영 스케줄에 맞추어 8월까지 시청률 경쟁에 들어갔고, 5대 메이저 네트워크 방송국의 2013-2014년 가을 시즌 정규 프로그램도 거의 다 공개되었다. 여기서 즈음하여 공개하는 '7가지 교훈으로 정리하는 2012-2013년 미국 드라마 시즌' (리얼리티쇼나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모두 포함되는 미국 방송 프로그램의 전체 분석 기사이다. 출처 및 참조는 TV 닷컴!)
1 장수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의 쇠퇴
'아메리칸 아이돌' '댄싱 위드 더 스타' '어페런티스' 등의 쇠퇴
2000년대 들어 10여 년 이상 최고 시청률 퀸의 자리를 차지해 왔던 FOX의 인기 리얼리티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필두로, 스타 댄싱 경연 프로그램인 NBC의 '댄싱 위드 더 스타'와 NBC의 또 다른 효자 프로그램이었던 리얼리티 게임쇼 '더 어페런티스'가 눈에 띄게 시청률이 하락하며 쇠퇴의 조짐을 보였고, 대신 그 자리를 NBC의 '더 보이스'와 FOX의 '엑스 팩터'가 차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1위, 2위 자리를 FOX와 NBC가 주고 받았다고 보면 됨.
2 유명 스타의 이름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더 팔로윙'의 케빈 베이컨만 단 하나의 예외였을 뿐, 유명 스타들의 이름값은 몰락 수준
케빈 베이컨만이 이름값을 하며 '더 팔로윙'의 성공을 조력했을 뿐, CBS '베가스'의 두 히이로인 영화 배우 데니스 퀘이드와 '쉴드'의 스타 마이클 치클리스, NBC '고 온'에 출연한 '프렌즈'의 스타 매튜 페리, '1600 펜'에 출연한 '다마 앤 그렉'의 다마 역 배우 제나 엘프먼 등 누구도 자신의 이름값을 해낸 스타가 없다.
특히 FOX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엑스 팩터'에 100억원 대의 출연료를 받고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오디션 녹화 도중 참가자들의 실력이 형편없다며 자리를 떠버려서 심사위원이 한 명 빠진 상태에서 녹화가 진행되는 등의 구설수를 만들다 결국 자진 하차 형식으로 '엑스 팩터'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3 공중파에서 히트 드라마 하나 만들기 정말 힘드네
날로 지속되는 케이블 채널의 위력에 맞선 공중파의 히트 드라마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뭐래도 2010년대 이후는 확실히 케이블 채널이 질적인 면에서 공중파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게 사실이다. 2012-2013년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쉬빌' '엘리멘트리' '시카고 파이어' '네이버스' '애로우 어둠의 기사' '미녀와 야수' '캐리 다이어리' '더 팔로윙' '레볼루션' '민디 프로젝트' 등등 많은 공중파 인기작들이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리뉴얼이 되었지만, 이미 언급한 '더 팔로윙'이나 '레볼루션' '애로우 어둠의 기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히트작이 나왔다고는 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스' '민디 프로젝트' '캐리 다이어리' '내쉬빌' '미녀와 야수'는 캔슬이 되었어도 그다지 할 말이 없을 성적표를 거둔 프로그램이다. '아메리칸즈' '앵거 매니지먼트' '베이츠 모텔' '바이킹스' '다빈치 디몬스' '밴쉬' 등등 베이직 케이블 채널, 프리미엄 유료 케이블 채널에서는 날이 갈수록 대형 히트작들이 양산되고 있지만, 그에 비해 공중파 네트워크는 날이 갈수록 무력해지고 있다. 2012-1013년 시즌 역시 재작년, 작년의 모습과 그대로 판박이여서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4 일요일 타임슬롯과 HBO를 넘어선 케이블 채널의 지속적인 약진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케이블 채널의 파워
재차 말하지만 2010년대 이후의 미국 드라마 지형도는 케이블 채널의 전성시대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지지층과 팬덤, 시청률을 높여가는 HBO의 '왕좌의 게임', 히스토리 채널을 오리지널 스크립트 드라마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시킨 출세작 '바이킹스', 비로소 A&E 채널을 미드팬들에게 알린 '덕 다이너스티'와 '베이츠 모텔', 에미상 미니시리즈 분야 통폐합 결정을 철회시킨 '더 바이블'까지 2013년에 선보인 케이블 채널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점에 AMC의 '워킹 데드'가 있었다. '워킹 데드'의 실질적 경제 연령 18-49세 데모 시청률은 CBS의 초인기 프로그램 '빅뱅 이론'을 제외하면 그 어떤 공중파 네트워크의 작품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질질 끄는 스토리로 그만 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핀잔을 받는 '그레이 아나토미'가 욕을 얻어 먹어가면서까지 시즌을 계속 연장하는 이유가 바로 18-49세 시청률이 좋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워킹 데드'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데모 시청률마저 이미 큰 폭으로 잠식했다.
5 시청률의 무덤 타임슬롯은 여전히 골칫덩이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시청률의 무던 타임슬롯을 타개하는 방법은 없은 것일까?
ABC의 목요일 밤 8시, NBC의 목요일 밤 10시, CBS의 화요일 밤 10시와 같은 타임슬롯은 여전히 골칫덩이다. 2012-2013년 시즌 이 타임슬롯에 배치된 '라스트 리조트' '한니발' '베가스' '골든 보이'와 같은 드라마들은 모두 평가와 재미에 있어서 결코 쳐지는 작품들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그 시간대에 다 어디 갔느냐는 말이다.
'라스트 리조트'는 '로스트'에 비견되는 역대급 재미의 파일럿 에피소드라는 찬사에도 조기 캔슬됐고, CBS '베가스'는 훌륭한 시청률에도 캔슬의 철퇴를 맞았다. 그리고 NBC의 '한니발'이 있다. (아마도 시즌 리뉴얼은 되겠지만) 이만한 소재에 이만한 배우에, 이만한 제작의 드라마가 시즌 막판까지 리뉴얼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것은 정말 죽음의 타임슬롯과의 악연이라면 악연일 듯.
6 고등학교 하이틴 드라마 없이도 잘 나가는 CW 채널
가십걸, 원 트리 힐, 아무것도 없지만 CW 채널이 해냈다
'가십걸'도 없고 '원 트리 힐'도 끝났고, '90210'도 시리즈 종영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간을 이루고 있었던 하이틴 드라마가 하나도 없는 상황인데도 CW 채널이 상승세를 이뤄냈음은 주목할 현상이다.
그 중심에는 터줏대감 '슈퍼내추럴'과 '뱀파이어 다이러리'가 있었고, 신인왕급 활약을 펼친 '애로우 어둠의 기사'와 루키급에는 속한 '미녀와 야수'가 있었다. 모두 SF 초자연현상을 다룬 드라마들이다.
CW 채널의 2013년 가을 시즌 라인업도 마찬가지다. '더 오리지널스' '투모로우 피플' '더 100' 모두 초자연현상 드라마나 공상과학물로 하이틴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제 CW 채널에 더 이상의 하이틴 학원 드라마는 없다! CW 채널의 슈퍼내추럴 전문 채널 선언 원년이 바로 2012-2013년 시즌인 셈이다.
7 시트콤 수난 시대
가십걸, 원 트리 힐 아무 것도 없지만 CW 채널이 해 냈다
2012-2013년 시즌에는 유난히 다양한 시트콤들이 등장했지만, 그 다양한 시트콤들이 또 눈에 뜨지도 않게 스멀스멀 죄다 캔슬되어 사라져버렸다. 양적으로 따지면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많은 시트콤 전성시대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중견 드라마나 리얼리티쇼나 경연 프로그램들과 맞설 능력이 못 되는 시트콤들은 모두 퇴출되었다.
특히 과거 시트콤 왕국(언제적 얘기냐겠지만) NBC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오피스'와 '30 락'을 포함해서 '고 온' '뉴 노멀' '1600 펜' 등의 시트콤을 잃은 NBC는 이제 2013년 가을을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과 '커뮤니티'라는 노쇠한 시트콤을 끼고 그 유명한 '머스트 씨' 목요일밤을 맞이해야 한다.
현재 5대 메이저 방송국 시트콤 지형도는 '빅뱅 이론' '두 남자와 이분의 일'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등이 건재한 CBS가 선두고, '모던 패밀리' '서버가토리' 등의 ABC, '레이징 호프' '뉴 걸'의 FOX, 그리고 그 다음이 NBC이다.
좋게 생각하면 계속해서 시트콤 물갈이를 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대박 시트콤이 하나만 터져주기를 바라는 NBC의 행보라고는 해도, 매튜 페리까지 동원한 '고 온'이 무너졌는데 그 행보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지켜보고 또 지켜봐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