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에서 아이튠즈까지! 라이언 머피의 하이스쿨 틴에이지 드림, 미드 '글리'

미드나 미국 영화의 세계에서 전형화된 '너드'들이 있다. 복잡한 자연 과학 계통의 직업군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마블이나 DC 코믹스 히어로물에 대한 열광적인 콜렉터이며,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에서 '배틀스타 갤럭티카'까지 공상과학물에 몰입하고,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 피규어 수집에 미쳤고, 샌디에이고 연례 코믹 콘에 가지 못하면 생의 의미와 입맛을 잃고 마는 족속들. 일본에 오덕이 있다면 서양에는 양덕, 이른바 너드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덕질에 몰입할 수 있는 너드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 정도의 덕질로나마 위안을 받을 수 없는 평범한 왕따 고등학생들은 그냥 슬러시 세례나 맞으며 어서 빨리 이놈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만 바라보며 산다.

 

그러하니 이런 이른바 고등학교 너드, 왕따 슬러시 타깃들이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는 특별활동을 한다면 어떻겠는가. 풋볼 아니면 치어리딩이 학교생활 지위의 상징인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노래하는 글리 클럽에 가입한다는 것은 "내 취미는 봉사활동"이라고 커밍아웃하는 것과 다름아니다. 그만큼 고리타분한 게 또 어디 있겠느냐이다.

 

 

'글리' 시즌1 DVD 프로모션 영상 

 

2009년 5월 19일 FOX의 여름 시즌에 첫 선을 보인 '글리'는 '닙턱'에서 특유의 60년대 올드팝적인 감수성에 기반한 선곡 능력을 선보인 팔색조 크리에이터 작가 라이언 머피의 다분한 하이스쿨 레트로 드라마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할리우드의 유명 게이 작가인 라이언 머피의 고등학교 시절이 어땠을지는 작가가 직접 고백하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노래하고 춤추는 그루브가 좋았고, 대중 감각의 팝적인 감수성이 특출났던 이 천재 크리에이터는 막장 메디컬 드라마라는 유례없는 장르에서 TV 드라마판 하이스쿨 뮤지컬이라는 또 한번의 유래없는 장르로의 워프를 거침없이 성공시킨다.

 

'글리'의 등장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이제 미국의 고등학생들에게 풋볼이나 치어리딩은 구시대의 장식이 되었고,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학교생활이라면 노래하고 춤추는 글리 클럽이 대세가 되었다.

 

 

 

 

'글리'의 스몰 스크린 안에서 브로드웨이와 빌보드의 경계는 힘없이 무너져버린다. 더 이상 뮤지컬은 오글거리는 과대 액션이 아니다. '나가수'로 과거의 히트곡이 다시 뜨는 수준이 아니다. '글리'에서 커버하면 빌보드 핫 100 차트가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글리' 캐스트는 빌보드 핫 100에 가장 많은 곡을 올린 아티스트로 등극한 지 이미 오래이다. 시즌4 피날레 에피소드 기준으로 204곡의 빌보드 핫 100 진입곡을 남긴 '글리'는 71곡을 남긴 비틀즈를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3위를 기록하고 있는 108곡의 엘비스 프레슬리에 더블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글리'는 기존 TV 시청률의 잣대마저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다. 하이틴 드라마치고 엄청나게 뽑아낸 시청률도 시청률이었지만, 설령 시청률이 좀 떨어지더라도 음원으로 뽑아낼 수 있는 부가 수익 덕분에 FOX에게 '글리'는 또 하나의 '아메리칸 아이돌'에 비견할 효자 상품이 되었다.

 

 

'글리' 슈퍼볼 에피소드 프로모션 광고

 

물론 음악적인 면에서의 비판이나 드라마를 둘러싼 잡음 또한 만만치 않다. TV 광고에서 달달한 올드팝을 틀어준 후 그러모아 컴필리에이션 음반을 파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느니, 매시업이니 뮤지컬이니 죄다 하이틴 성향의 댄스풍으로 만들어버리니 각색 편곡이 지나치다는 음악적 비판이 흘러나왔다.

 

이른바 하이틴 멘토가 되어야 할 '글리'의 스타 배우들이 드라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실제 생활에서도 마약중독에 혼전 임신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글리'에 대한 기성세대의 언짢음이 증폭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리'는 현재까지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성공을 이룬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든 글로브 최우수 뮤지컬 코미디를 두 차례나 수상했고, 프라임 타임 에미상 역시 수 차례 상을 가져갔으며,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나,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는 1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하이틴 드라마로서는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평가들에게서도 끈끈한 지지를 얻어냈다.

 

2011년에는 슈퍼볼 리드아웃 프로그램으로 방영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고, 매 시즌이 종료된 후 이어지는 글리 전미, 전세계 투어와, 최고의 글리 캐스트를 선출하기 위한 글리 컴피티션 프로그램인 '더 글리 프로젝트'가 론칭되기도 했다. 2013년 4월 시즌5와 시즌6이 한꺼번에 리뉴얼되면서 당분간 캔슬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이튠즈까지! 하이스쿨 뮤지컬로 만들어가는 틴에이지 스윗 드림, 바로 '글리'의 모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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