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과의 따뜻한 조우, 미디엄 혹은 고스트 앤 크라임

'중간'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미디엄(medium)은 '영매', 즉 심령을 매개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사람과 귀신 중간에 끼여서 그 둘을 연결해 주는 게 영매의 역할이니까, 그다지 어려운 의미의 확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 단어 수준이라고 할 수도 없다. 

 

2005년 가을에 첫 방송을 내 보낸 이후, 미국 방송국 NBC의 주력 드라마이자 현재 가장 대표적인 심령 드라마로 자리 잡은 '미디엄'의 한국 케이블 방송명이 '고스트 앤 크라임'인 이유도 그 때문이겠다.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야 영매라는 뜻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역시 아직까지 한국인에게는 '중간 사이즈 옷' 할 때의 미디엄일 뿐인 것이다. 
 

'고스트 앤 크라임'이라는 제목이, 원제가 '고스트'였던 예전 영화 '사랑과 영혼'의 경우에서처럼 촌스러운(?) 개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랑과 영혼'이 그랬던 것처럼 이만큼이나 드라마의 주제와 성격을 잘 설명해 주는 작명도 쉽지 않다. 초능력에 버금가는 영매 능력이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크라임'을 해결하려는 지방검사를 돕기 위해 고스트와 다리를 놓아주는 드라마가 바로 '미디엄'이니까. 

 

 

옷도 촌스럽고 가구도 촌스럽고 죄다 촌스럽지만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드부와 가족

 

 

미국에서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영매라는 주인공 앨리슨 드부아는 실제 이름에서 가족 관계까지를 실제와 그대로 유지하며 이 드라마에서 범죄해결의 한가운데 선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그냥 죽은 자가 꿈속에 나타나서 이 사람이 범인이니 잡아 주시오,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 비범한 영매는 옆에 누운 남편의 새벽잠을 시도 때도 없이 망쳐놓으며 귀신 꿈을 꾸어야 하고, 본인이 원치 않아도 억울함과 간절함을 호소해 오는 영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귀신들이 스러져간 범죄현장에 서면 잔혹한 영상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은 아무리 영매라고 해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운명이다.  


초반 방송분에서는 조금 밋밋하게 흘러가던 드라마의 구성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역동적이다 싶을 만큼 다채로워지는 것도 '미디엄'의 미덕이다. 여주인공에 비해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었던 남편이나 세 딸의 역할이 아기자기하게 형성되어 나가는 것도 꽤나 흐뭇하다.  

 

 


'미디엄' 시리즈 피날레 프로모션 동영상

 

 심지어 중반 시즌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액션이나 서스펜스까지 가미되어 시원시원한 맛까지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실하지 않은 시청률로 초반에 사라질 수 있었던 드라마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그 경험과의 가장 따스한 만남, 그게 바로 드부아 가족과의 만남, 바로 귀신 드라마 '미디엄'이다. 

 

2005년 1월 3일 'CSI 마이애미'와 맞상대를 해서 비등한 성적을 기록한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에서 시청률 하락을 기록했다, 다시 네 번째 시즌에서 반등을 기록하며, 2008년 NBC에서 가장 먼저 다음 시즌을 예약한 드라마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후 '미디엄'은 2009년까지 NBC에서 다섯 시즌을 전파를 타다, 마지막 두 시즌은 CBS에서 보낸 후 2011년 1월 21일 시리즈를 종료했다. 패트리카 아퀘트는 '미디엄'의 앨리슨 드부와 역으로 2005년 에미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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