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미드 르네상스를 이끈 일등공신 'CSI'

사실 국내에서 미드, 즉 미국 드라마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는 1980년대이다. '형사 콜롬보'의 무한 재방송으로 시작되어 '맥가이버', 전격 제트작전', '에어울프' 등의 드라마가 TV 브라운관을 점령하던 시기야말로 이른바 미국 드라마의 르네상스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 후 케이블 TV의 개국과 함께 '프렌즈'라는 걸출한 시트콤이 1990년대를 풍미했지만, 풍요로움 면에서는 1980년대와 필적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2000년대 이후의 미국 드라마 제2의 르네상스가 열리게 된 기폭제는 무엇이었을까.

 

두 말 할 필요 없이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의 'CSI'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CSI'였고, 'CSI'는 미국 드라마의 판도를 새로 짰다.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이내 공부를 포기하고(?) 그저 드라마의 재미에 온 정신을 뺏기기 시작한 드라마의, 드라마를 위한, 드라마에 의한 새로운 연속극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도 모두 'CSI'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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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미국 CBS 방송국을 통해 처음 전파를 탄 이래, 기존의 범죄 수사물이 추리와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었다면, 'CSI'는 철저하게 과학에 근거한 추론을 펼쳐 보였다. 그렇다고 건조하고 딱딱한 과학도 아니다. 과학을 운용하는 것도 인간일 터, 'CSI'의 과학은 기발한 상상력과 응용력으로 실오라기 하나 용납하지 않는 범죄의 재구성을 펼쳐 보였다.

 

'CSI'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첫 시즌의 시청률 톱10은 만족할 수준조차도 아니었다. 두 번째 시즌부터 미국에서 거의 매년 시청률 1, 2위를 고수하는 이 드라마의 인기는 범죄 수사물의 포맷을 규정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1990년대 목요일 프라임 타임의 미국 드라마들이 NBC의 머스트 씨 시트콤과 경쟁을 했다면, 2000년대의 미국 드라마들은 'CBS'와 맞짱을 뜰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목요일에 진입할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CSI' 시즌 1 오리지널 오프닝 (노래가 다르죠!)

 

 물론 이런 'CSI'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을 맡으며 감각적인 기량을 선보였던 시즌 5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하늘을 치고 땅을 갈랐던 인기는, 시즌 6에서 다소 어정쩡한 캐릭터들 간의 연애감정으로 맥이 좀 풀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7의 미니어처 킬러의 등장으로 'CSI'의 인기는 다시 고공 상승하게 되고, 시즌 8에서 흔들리는 출연진에도 좀처럼 강렬한 그 카리스마는 꺾이지가 않는다. 구관이 명관이고, 썩어도 준치라고 'CSI'의 인기는 여간해서는 꺽이지가 않으며, 아홉번째 시즌에서는 10위 아래로 내려갔던 종합시청률을 다시 전체 4위로 끌어 올린다.

 

 

 

 

 

'CSI'가 주춤하게 된 것은 10년 이상을 복무(?)하고 가족 곁으로 떠난 원조 반장님 길 그리섬의 하차와 함께 한다. CBS는 영화 '매트릭스'의 스타 로렌스 피셔번을 라스베가스 과학수사대의 수장에 올려 보지만, 한창 범죄 수사물이 물갈이되는 분위기를 역류하지 못 한다. 로렌스 피셔번과 함께 한 'CSI'는 그나마 준수한 12위, 13위의 전체 시청률을 기록한다. 

 

열 두번째 시즌부터는 반장이 또 다시 갈린다. 이번에는 좀 더 막강한 반장이다. CBS가 라스베가스 과학수사대의 3번째 반장으로 '치어즈'의 샘 말론 테드 댄슨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청자들이나 평자 모두 이보다 더 완벽하고 적합한 반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CSI' 시즌 13 오프닝 (테드 덴슨 반장을 포함 많은 캐릭터가 새로 등장)

 

 

하지만 시청률의 벽은 견고했다. 기존 목요일 타임슬롯에서 수요일로 자리를 바꾼 'CSI'는 열 두번째 시즌을 전체 종합 시청률 21위라는 시리즈 사상 최저 성적으로 끝마친다. 그 와중에 CSI 프렌차이즈를 형성했던 'CSI 마이애미'가 캔슬을 맞게 되고, 'CSI 뉴욕' 역시 가까스로 캔슬만은 면하는 신세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고 'CSI'가 영향을 받느냐? 절대 네버 그럴 일은 없다. 미국의 범죄 수사물의 최대 미덕이라면 시리즈 드라마의 속성을 지니면서도, 한 두 차례 에피소드를 빼 먹어도 그냥 무심코 보면 어지간하게 볼 수 있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5월 5일 250회 에피소드를 방영한 'CSI'는 이대로 진행이 된다면 2013년에 가을 시작되는 14번째 시즌에서 300회 에피소드를 맞이하게 된다. 150번째 에피소드에서 'CSI' 시리즈의 주제가를 불렀던 밴드 '더 후'의 리드 보컬 로저 달트리가 출연했는데, 300회 에피소드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진행될지 궁금하고도 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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