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스타일에는 거의 시종일관 150킬로미터 이상의 구속을 찍으며 무수한 삼진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파워 피처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스트라이크 존 요소요소를 날카롭게 찌르며 칼날 같은 정확함으로 알차게 타자들을 요리하는 제구파 스타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지저분한 공 끝으로 땅볼을 많이 유도하며 경제적인 투구를 선보이는 투수들도 있고, 커터니 체인지업이니 오직 단 하나의 주무기를 최고의 수준으로 연마하여 1, 2 이닝만을 전담하는 투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취향도 갖가지이고 각각의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나름대로 다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투수는 간혹 구속 160킬로미터 이상까지도 찍어대며 시원스럽게 뿌려대는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파워 피처가 아닐까 싶다. 투수로서 얼마나 훌륭한 성적을 냈느냐를 떠나, 스타성만으로 따져도 가장 주목받는 스타일이 바로 우완 정통파 강속구 파워 피처가 아닐까 싶다.
강속구 투수의 대명사 놀란 라이언
강속구와 지저분한 볼 끝을 첨가하든 안 하든, 대부분의 미국 드라마들은 전성기의 그렉 매덕스같은 제구력, 즉 탄탄한 짜임새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 못 하면 절대로 파일럿 에피소드조차 나오기 힘든 경쟁 구조가 바로 미국의 방송 시스템이고, 그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그럴듯하지 못 하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기본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구력은 기본으로 어지간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스케일과 힘을 한층 더 밀어붙이는 드라마들이 있으니, 대표적으로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절체절명의 주인공이 쉬지 않고 휘말리는 화력에 매료되는 '24'를 들 수 있다. 원래 2003년 FOX는 장편 시리즈물로 가기에는 곤란한 소재라며 '프리즌 브레이크' 프로젝트를 거부했지만, '24'의 인기가 날로 높아가고, '로스트'와 같은 드라마들이 히트를 치면서 다시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마이너리그에서 급히 불러 올린 투수가 바로 '프리즌 브레이크'이다. 다시 말해 '프리즌 브레이크'는 원 포인트 릴리프보다는 약간 더한 기대를 받고 나타난 루키라고 할 수 있다. 1, 2 이닝 정도 소화해 주고, 기대 이상으로 롱 릴리프까지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땡큐이지만, 성적이 여의치 않으면 어차피 중간 계투인 만큼 큰 기대를 더하진 않는 유형의 기획으로 시작했었던 것이다.
헌데 이 루키가 사고를 치고 만다. 2005년 8월 29일 미국 드라마의 비수기인 여름 시즌 월요일에 방영된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가 105만 명의 시청자를 모으고, 18-49세, 18-34세 실질 광고 연령층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신인왕급 활약을 펼치게 된다. 급기야 13편의 에피소드로 마무리지을 계획이었던 탈옥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는 추가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주문받아 2005-2006 시즌에 FOX에서 가장 먼저 풀 오더를 주문받은 드라마가 된다.
제목 그대로 탈옥에 관한 이야기인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길리언 핀은 '프리즌 브레이크'를 2005년 최고의 드라마로 선택했고, 뉴욕타임즈는 '프리즌 브레이크'를 2005년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가장 흡입력이 강력한 드라마로 꼽았다.
또한 '프리즌 브레이크'는 국내에서 제3의 미국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과거 80년대 추억의 미드 시절이 제1 전성기, 90년대 중후반 시트콤 '엑스 파일',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가 만들어 낸 부흥기가 제2 전성기였다면, 2005년의 '프리즌 브레이크'의 소위 쩌는 등장은, 일각에서 긴장감이 '24'를 뛰어넘는다는 벅찬 찬사까지 끌어 내며, 국내 미국 드라마 시청 지형도를 마니아에서 일반인으로 폭넓게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월드컵의 스타 히딩크 감독이 히딩구라는 한국형 이름을 얻었다면,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는 '석호필'이라는 이름을 얻어 국내에서의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 오프닝 시퀀스
'프리즌 브레이크'의 천재 건축가인 마이클 스코필드는 부통령의 동생을 죽였다는 무고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은행을 털고 형이 수감된 감옥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 가다시피 한다. 최고로 극성스러운 우범지대보다도 더 살벌한 감옥 안에서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되기 위한 극심한 두뇌 게임이 벌지고, 악랄한 범죄자들과 그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악랄한 일부 교도관들, 도망가려는 자들과 어떤 수상한 냄새도 놓치지 않으려는 자들의 긴박한 실랑이가 한 순간도 숨 돌릴 틈 없이 매 에피소드마다 전개되는 '프리즌 브레이크'는 이것이 미국 드라마의 세계라는 것을 국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는데 성공한다.
그리하여 현재까지도 미드 입문자에게 소개하는 미드의 시작으로서의 첫 번째 선택지는 바로 '프리즌 브레이크'로 통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다양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각종 드라마를 주구장창 섭렵해서 이미 내성(?)이 생긴 드라마 매니아보다는, 미국 드라마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내딛는 분들에게 가장 좋은 추천작이라 할 수 있지 싶다. 그 이유는 '프리즌 브레이크'는 미국 드라마의 풍부한 상상력과 완성도를 한번 시도해 볼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보면 공연히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고 숨 돌릴 틈 없이 푹 빠져들 수 있는 드라마기도 하고,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면서 놀란 미국 드라마의 상상력과 완성도를 접한 후, 다른 특급 드라마를 또다시 접하다 보면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황당한 놀라움 역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13개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한 '프리즌 브레이크'는 2009년 5월 15일 네 번째 시즌 22번째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정규 시리즈를 끝마치고, 영국에서 추가로 방송된 두 편의 에피소드를 묶어서 TV 영화 '프리즌 브레이크: 파이널 브레이크'로 DVD 출시가 된다. 스토리의 완전 종결은 국내 케이블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어나더 프리즌 브레이크'로 방영된 TV 영화에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잊지 말고 챙겨 보아야 한다.
'탈옥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워킹 데드'의 안주인 사라는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제일 예뻤죠! 저 동글동글 이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