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긴장 완화와 스트레스성 중압감을 이기기 위해 마리화나와 코카인에 손을 댔다 습관성 약물 복용에 빠지게 된 아론 소킨은, 1995년부터 이혼한 전 부인 줄리아 버닝햄의 설득으로 재활활동에 들어가, 2001년 드디어 '웨스트 윙'의 두 백악관 동료인 존 스펜서와 마틴 쉰이 보는 앞에서 약물중독을 극복했다는 메달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 후, LA 버뱅크 공항에서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체포되고, 이 사건으로 아론 소킨은 자식 같았던 작품인 '웨스트 윙'에서 하차하게 된다.
'웨스트 윙' 이후의 아론 소킨은 영화와 텔레비전을 넘나 들며 다수의 작품에 극작가와 연출가로 참여하게 된다. 그 중에는 '소셜 네트워크'나 '머니볼'처럼 아카데미까지 거머쥐며 확연한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지만, '찰리 윌슨의 전쟁'이나 '스튜디오 60'처럼 아론 소킨의 이름값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참패를 당한 작품도 있다.
그리고 2011년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심지어는 최근의 '잡스'까지 영화 각본으로 완전히 돌아서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판에 자주 등장했던 아론 소킨이 무려 HBO와 계약을 통해 가제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More as This Story Develops)'이라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고, 2012년 6월 24일 드디어 케이블 뉴스 채널의 보도 전쟁의 이면과 열정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삼스러운 논의를 유발시키는 드라마 '뉴스룸'을 런칭하게 된다.
사실 '뉴스룸'이라는 드라마에서 아론 소킨이라는 이름과 '웨스트 윙'이라는 과거사를 지우고 보면, HBO의 색채와 느낌이 다분히 충만한 대단히 잘 만들어진 작품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뉴스룸'은 데뷔부터 4년 연속으로 프라임 타임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내리 독식했던 '웨스트 윙'의 크리에이터 아론 소킨의 작품이었고, 더구나나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이후의 아론 소킨의 절치부심 TV 복귀작이었다.
언론의 반응 역시 그런 아론 소킨이라는 네임 태그를 완전히 잘라 낼 수 없었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팀 굿맨은 "아론 소킨에게서 매력을 느꼈던 모든 스타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신의 색깔이 아니면 절대 위장하거나 기웃대지 않았던 아론 소킨 고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아론 소킨의 TV 컴백을 환영했고, 뉴욕 타임즈의 알렉산드라 스탠리 역시 "위트와 현학과 미치광이 수준의 열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HBO '뉴스룸' 시리즈 프리미어 프로모션 영상
하지만 아론 소킨을 꼭 집어 언급하는 불평 불만 역시 상당했다. 허핑턴 포스트의 모린 라이언은 "도대체 왜 이 정도의 캐스트와 스탶을 이렇게까지 낭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무기력하고 짜증이 가득한 난장판으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었는가"라며 아론 소킨의 극작가로서의 연출력에 의문을 제기했고, 타임지의 제임스 오니와직 역시 "여기에서 저기, 저기에서 여기로 옮겨 다니며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만 몰입하는 독불장군 아론 소킨의 또 다른 지력 낭비에 불과하다"며 악평을 퍼부었다.
재미진 사항은 비평가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뉴스룸'이 2008년 '트루 블러드'가 기록한 시리즈 프리미어 성적인 140만 명을 훌쩍 뛰어 넘고, 세 달 뒤 '왕좌의 게임' 시리즈 프리미어가 기록하게 될 220만 명에 살짝 못 미치는 210만 명의 시리즈 프리미어 시청률 성적을 기록했다는 사실 이외에도, 소셜 네트워크나 인터넷 게시판 등의 시청자들의 반응도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야 바라는 것은 제 2의 '웨스트 윙'이지만, 그에 미치지 못 할 것이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그냥 아론 소킨의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드라마투루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만족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동어반복도 좋으니 내게 그 아찔한 마약을 계속해서 공급해주세요!)
2012년 6월 21일 시리즈 프리미어 방영을 나흘 앞두고 할리우드 리포터와 나눈 인터뷰에서 아론 소킨이 미리 밝힌 '뉴스룸'의 드라마적인 성격은 어쩌면 현재 가장 아론 소킨과 '뉴스룸'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문장이다.
"뉴스룸은 기본적으로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적이며, 동시에 영웅담이 살아 있으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포맷으로, 지적으로는 냉소적이지만 절대로 낙관성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그린 전형적인 '웨스트 윙'표 드라마이다. 대중문화에서 그려지는 미국의 리더들은 권모술수에 능한 마키아벨리안이거나 무력하기 짝이 없는 우매한으로 다뤄진다. 나는 '뉴스룸'을 통해 그와는 다른 열정과 희망의 색채를 그려보고 싶었다.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인 발상이라고 해도, 유토피아를 꿈꾸는 시도만으로도 이미 희망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론 소킨과 HBO의 '뉴스룸'은 2012년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드라마 부문과 윌 맥어보이 역의 제프 다니엘스가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아깝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2012년 7월 2일 파일럿 에피소드가 방영된 지 채 일주일이 지난 직후 빠르게 리뉴얼 제작이 결정된 '뉴스룸' 시즌2의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오는 2013년 7월 14일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