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테러리스트가 된 무슬림 FBI 요원의 스토리, '홈랜드'의 영광의 기반이 되었던 쇼타임의 테러리즘 1세대 드라마 '슬리퍼 셀'

세계 10억 이상의 인구가 믿는 종교가 어느 해 9월 11일의 한 사건으로 거대 테러집단으로 전락하는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될 만한 이슈에 대해서는 반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FX의 '오버 데어'나 HBO의 '제너레이션 킬' 같은 드라마는 미국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죄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단명하거나 돈만 까먹는 작품이 되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미국이라는 그 자체 내부 시장만으로도 이미 글로벌한 아메리카에서 무려 '테러리스트의 일관적인 관점'이라는 주제의 드라마가 등장한 적이 있다. FBI 특수요원이자 독실한 이슬람교도 주인공을 내세운 쇼타임의 2005년도 10부작 미니시리즈 '슬리퍼 셀'은 추후 쇼타임이 '홈랜드'라는 테러리즘 드라마로 에미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밑바탕이 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알카이에다의 로스앤젤레스 점조직을 무대로 한 '슬리퍼 셀'은 테러를 진압하는 미국 정보요원들이나 군인들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점조직 조직원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들은 이슬람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규모의 테러를 준비하고 있지만, '24'처럼 쉴 새 없이 테러 장면이 등장하는 것과는 다른 구성을 취한다. 액션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고, 그보다는 테러를 준비하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조직의 면면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제작진의 말마따나 "진정한 신앙인"과 "테러리스트 광신도"들의 경계선이 어디서 만나고 갈라지는지 보여주려는 드라마이다.

 
쇼타임의 '슬리퍼 셀'은 전세계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믿는 종교가 단 한 가지 모습만으로, 일방적으로 그려져 왔다는 데 대한 반성과 성찰로 시작된 드라마이다. 9/11 이후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테러리스트에 대한 단죄의 양 측면에서 다른 많은 작품이 변죽만 두드리고 있을 때 '슬리퍼 셀'은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이야기인지를 해보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냈다.

 

 

슬리퍼 셀 시리즈 프리미어 트레일러 

그리하여 '슬리퍼 셀'은 캐릭터 구도부터 야무지다. 누가 봐도 독실하고 올바르게 신과 예언자의 말을 따르고 실천하는 주인공과, 신의 이름으로는 그 무엇도 용납할 수 있으며 하급 조직원으로서 묻지도 따지지도 마 명령에도 군소리 없이 따르는 다른 조직원들은 극렬한 대비가 이루어진다. 주인공 FBI 스파이 다윈을 제외하고, 대장 한 명을 비롯한 네 명의 조직원들은 그야말로 급진주의자들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군에서 쫓겨나 증오심만을 안고 이슬람으로 개종한 WASP, 모로코 출신의 아내가 있다는 것밖에는 개인적인 역사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프랑스인이 있다. 

 

물론 불행한 개인사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뚤어진 반항심에 세상에 대한 저항을 해보겠다고 개종하여 테러리스트가 된 백인들은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좀더 새로운 관점에서 테러와 이슬람 문제를 접근해보겠다는 제작의도에 비춰보면 비중이 과중한데다 캐릭터 설명조차 불충분한 인물이 그들이다.  가족이 세르비아인들에게 몰살당한 보스니아의 이슬람교도 정도나 그나마 그럴 법한 설정이겠지만, 그런 그들이 만날 때마다 나누는 인사는 늘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것이지만, 그 인사를 실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미국이며 그들은 미국에 대한 결사항전을 다짐한다.

 

그런 급진주의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달리 묘사하고 형상화할 관점이 어디 있을까? 주연들이라고 내세웠는데, 그들이 벌이는 행동의 동기는 비슷한 작품들에서보다 얼마나 더 폭로가 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 그렇지 않아도 신실한 평화주의자인 주인공 다윈이 탄압받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항의로 무력행사를 주장하는 다른 조직원들의 신념에 내면적인 갈등을 일으킬 여지는 없어 보인다.

 

서로 알건 모르건 간에 단호하게 양극단을 달려가는 주인공들에게서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갈등은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다. 꽤 차분한 매력의 주인공 배우가 안타깝게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리하여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마찬가지로 그와 백인 카톨릭 여자의 애정전선도 흐지부지하다. 안타깝지만 백화점처럼 각양각색 늘어놓았으되, 그 사이의 긴장과 연결고리의 역동을 발견하기 어려웠던 '슬리퍼 셀'은 다소 무리스럽게 2시즌으로 늘려갔으나 역시 힘이 딸리며 2006년 9월 17일 시즌2를 마지막으로 캔슬된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드라마는 추후 쇼타임이 '홈랜드'로 '소프라노스'의 HBO에 이어 두 번째로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유료 케이블 채널이 되는 일등공신,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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