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방송사 NBC의 골든 에이지를 이끈 머스트 씨 TV (Must See TV)

 

‘머스트 씨 TV’는 ‘코스비 쇼’ ‘패밀리 타이즈’ ‘치어즈’ ‘사인펠트’ ‘매드 어바웃 유’ ‘프레이저’ ‘프렌즈’ ‘윌 앤 그레이스’ ‘힐 스트리트 블루스’ ‘ER’ 등등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NBC 목요일 밤 프라임 타임에 유명 시트콤과 드라마들의 막강 라인업에 착안한 마케팅 용어이다. 이 정도로 막강하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하는 의미. 1990년 후반 용어의 정의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매일 매일 프라임 타임에 4개의 인기 시트콤을 만난다는 의미로 변화 확대되었거니와, 기본적으로는 40분짜리 드라마도 제외하고 “목요일 프라임 타임의 반드시 시청해야 할 20분짜리 시트콤 군단”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시즌을 방영했던 인기 시트콤 '프렌즈'

 

 

‘머스트 씨 TV’ 마케팅은 1993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사인펠트’의 방송시간대인 오후 9시 이전의 한 시간 동안 채널을 NBC에 고정시키기 위한 방책에서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가장 처음 등장한 목요일 밤 ‘머스트 씨 TV’ 라인업이 바로 ‘매드 어바웃 유’ ‘윙스’ ‘사인펠트’  삼총사이다. 실제로 ‘사인펠트’는 ‘머스트 씨 TV’ 마케팅이 본격 가동된 이후 시리즈를 종영할 때까지 다섯 시즌 동안 종합 시청률 3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는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고, 그후 ‘프레이저’ ‘프렌즈’ ‘윌 앤 그레이스’ ‘스크럽스’ 등의 역대급 전설의 시트콤이 8시에서 10시 시간대에 속속 합류하고, 그 시간 뒤를 이어 ‘ER’이 방영되면서 말 그대로 목요일 밤은 미국인의 반 이상이 TV 채널 자체를 NBC에 고정한 채로 시청하다 잠드는 경이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1996 NBC Must See TV Commercial

 

 

목요일 ‘머스트 씨 TV’ 라인업의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를 보통 ‘프렌즈’가 종영하고 CBS의 ‘서바이버’와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밀려오는 2000년대 중반으로 보는데, 실제로 1993년 ‘머스트 씨 TV’ 마케팅이 처음 등장한 이래 약 10년 동안 NBC의 목요일 밤 프라임 타임에 포진된 프로그램들은 닐슨 연간 종합 시청률 1위를 여섯 차례 차지하고, 못해도 5위권 안에는 두어 개 프로그램이 진입하곤 했다.

 

용어 자체가 등장한 시점이 1990년대여서 그렇지, 1980년대로 들어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코스비 쇼’와 ‘치어즈’라는 막강한 시트콤이 버티고 있던 당시에도 시청률 톱은 당연히 NBC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머스트 씨 TV’ 용어가 소급 적용되는 1982년부터 10년간 닐슨 연간 종합 시청률 1위의 반인 다섯 차례가 NBC 시트콤이었던 것이다.

 

‘프렌즈’의 종영과 ‘ER’의 노회화 이후 NBC 목요일밤 라인업에 메가히트작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NBC의 ‘머스트 씨 TV’ 마케팅이 약발이 떨어진 이유로는 다른 경쟁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이 막강해졌다는 것도 있다. CBS에서 ‘CSI’가 등장하고 ABC에서 ‘그레이스 아나토미’를 목요일 밤으로 이동배치하고, ABC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가 출연한 것도 이 즈음이다.

 

2006년 초반 NBC는 자사의 그나마 인기를 누리던 ‘마이 네임 이즈 얼’과 ‘오피스’를 묶어 ‘머스트 씨 TV’를 부활시켜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2006년 가을 정규시즌부터 기존 ‘마이 네임 이즈 얼’과 ‘오피스’에 ‘스크럽스’와 ‘30 락’을 묶어 공식적인 용어를 ‘코미디면 충분해(Comedy Night Done Right)’로 변경해서 운용하고 있다.

 

 

2005년부터 아홉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NBC 히트 코미디 '오피스'

 

 

NBC 목요일 밤 ‘머스트 씨 TV’ 라인업이 가장 잘 나갈 때인 1994년 11월 3일 목요일에는 라인업에 배치된 프라임 타임 시트콤 네 개 중 세 개를 ‘정전 에피소드’로 구성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리기도 했다. ‘매드 어바웃 유’에서 폴 부시먼이 케이블 라인을 훔치려다 정전 사고를 일으키는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챈들러가 뉴욕시가 정전이 되면서 빅토리아 시크릿 미녀 모델과 ATM 인출기 안에 갇히는 ‘프렌즈’의 에피소드가 방영되고, ‘사인펠트’의 일반 에피소드를 거친 후, 정전 속에서 불쌍한 생일 파티를 맞는 ‘매드맨 오브 더 피플’의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다.


1980년대부터 NBC 엔터테인먼트 국장을 역임했던 워렌 리틀필드는 ‘머스트 씨 TV’의 태동과 쇠락의 시기를 지켜보았던 소회를 ‘록펠러 센터 꼭대기에 서서: 머스트 씨 TV의 시작과 몰락(Top of the Rock: Inside the Rise and Fall of Must See TV)’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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