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이나 '웨스트 윙' 등의 걸출한 드라마도 있지만, 방송국 NBC를 이끈 힘은 시트콤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
'치어스'에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NBC의 시트콤은 1990년대로 넘어오며 '사인펠트', '치어스'의 스핀 오프 시리즈인 '프레이저' 그리고 시추에이션 코미디 사상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프렌즈'로 더할 나위 없는 황금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1990년대 중후반에 '사인펠드' '프레이저' '프렌즈' 등 네 개의 시트콤이 목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대에 30분씩 연달아 방영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NBC의 '머스트 씨 라인업'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더는 없을 것같은 시트콤, 아니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파라다이스 인 헤븐이었다.
1998년에 '사인펠드'가 종영되었을 때도 '윌 앤 그레이스'가 무리 없이 바통을 이어받아 NBC 전통의 시트콤 인기를 이어갔다. 그에 힘입어 다른 방송국들도 시트콤 제작(방영)에 뛰어들면서, 1990년대 후반은 가히 시트콤 시장의 춘추전국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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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2004년 '프렌즈'가 종영 이후 급속하게 내리막길을 걷던 NBC 시트콤의 전설은 2006년의 '윌 앤 그레이스'의 종영과 90년대 중반부터 CBS '서바이버'와 같은 리얼리티쇼가 강력한 부상하면서 NBC뿐 아니라 활활 타올랐던 시추에이션 코미디 시장 자체가 불시에 싸늘해졌으며, 그 많던 시트콤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2004년까지만 해도 골라 봐야 할 만큼 재미있는 쇼가 넘쳐나던 스튜디오 시트콤 장르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날 미국 시트콤과 드라마를 좋아하고 즐겨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프렌즈'가 시발점이었던 분들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프렌즈'를 보다가 뭐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가 다 있어, 다른 건 또 뭐 없나, 하면서 찾아보시게 된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는 말이다.
2004년 당시 그런 '프렌즈'가 마침내 막을 내린다고 하자 아쉽고 허탈해하는 팬들 또한 참으로 많았다. 10년이라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이어왔고 더 이상 끌고나간다는 것이 억지스러우리라는 점에 수긍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가족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죽고 못살고, 실제로 거의 가족처럼 지내면서 언제까지나 찧고 까불며 동네 꼬마 녀석들처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고 싶었던 것이 시청자의 마음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팬들의 엄청난 아쉬움에 힘입어, 또 '프렌즈'의 영광을 잇고자 제작된 쇼가 바로 '프렌즈'의 조이 트리비아니를 연기했던 매트 르블랑 주연의 시트콤 '조이'였다. 또한 '프렌즈'의 인기와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증명하는 것만으로 소임과 운명을 다할 쇼가 '조이'였다.
시트콤에서 한 캐릭터가 나와 독자적인 시트콤을 꾸려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는 '프레이저'가 있다.'프레이저'는 '치어스'의 무대인 술집 '치어스'의 단골손님이던 프레이저 박사가 원 톱으로 극을 이끌면서 11시즌 동안 큰 호응을 받으며 장수한 시트콤이었다.
그러고 보면 '치어스'는 작품 자체도 인기를 누리며 성공했지만, 많은 출연배우들이 대성을 하기도 했다. 주인공인 테드 댄슨은 '치어스' 이후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와 'CSI' 반장까지, 크리스티 앨리는 '마이키 이야기' 시리즈로 영화배우로서도 입지를 굳혔었고, 얼빵한 바텐더로 웃음을 주었던 우디 해럴슨은 지금은 잠잠한 감이 있으나 한때 대스타급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프렌즈'의 바통을 이어받아 등장했던 '조이'는 '프레이저'처럼 스핀오프 드라마로서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드러내며 아쉽게 2시즌 만에 캔슬된다.
'조이' 오프닝 시퀀스
가만 생각해보면 '프렌즈'의 마지막 시즌인 10시즌부터 '조이'를 위한 포석은 계속 있었다. 머리안 좋은 머리와 식탐과 관련된 설정이 꾸준히 등장하고, 조이와 레이첼이 얼렁뚱땅 러브 스토리를 엮어내는 좀 억지스러운 상황도 등장했다.
하지만 기대 반으로 열어본 뚜껑은 '역시나'라는 다른 반쪽으로 기울어버리고 만다. 시트콤의 생명인 재미있는 상황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고, 조이의 멍청함과 식탐만으로 밀고 나가니 남는 것은 억지스러움뿐이었던 드라마가 '조이'가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있다. 정극도 그렇겠지만, 특히 시트콤의 설정이라는 것은 억지이게 마련이지만, '조이'는 그 억지를 다 알고 보면서도 아닌 척 웃게 하는 시트콤의 목표와 본분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만 듯하다.
조이는 한 작품을 원 톱으로 리드하기에는 부족함과 허점이 많은 캐릭터이다. 사실 '프렌즈'의 여섯 캐릭터는 여섯 가지 면모를 갖춘 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기적으로 너무 탄탄하게 묶여 있었다. 거기서 한 면모만 뚝 떨어져 나와 독립적으로 증식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황은 받침이 안 되는데도 캐릭터의 개성만을 무리하게 부각시키다 보니, "친구들은 다 어디 갔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는 시트콤이 '조이'다. '조이'는 시즌1, 특히 시리즈 첫 방영 에피소드에서 무려 1,855만 명이라는 놀라운 시청률로 데뷔하며 역시 명불허전 '프렌즈'임을 증명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는 시청률은 시즌2에서는 1/4, 1/5 수준으로까지 곤두박질쳤고, 어느 팬의 말마따나 "보아야만 할 것 같기에" 보는 드라마가 되었다가 2006년 3월 7일 2시즌만에 캔슬되어 사라지게 된다. '프렌즈'가 남긴 잔영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드라마, 시트콤 '프렌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조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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