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좋은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재미는 있는데 층을 가리지 않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지는 않는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목소리 하나만큼은 아주 높다. 이른바 열혈 매니아층들이 탄탄하고 자부심이 높은 드라마들, 그러나 무자비한 시청률의 벽 앞에서 무너지며 너무 빨리 캔슬돼서 아쉽고 분통하게도 저주받은 걸작 미드들을 모았다.
아래 리스트에는 여러 권위 있는 매체에서 '저주받은 걸작 미드'를 선정할 때 으레 포함시키는 작품들이 더러 있지만, 몇 작품은 개인적인 취향과 판단으로 집어넣은 것도 있다. 캔슬된 후 수 년 후에 극적으로 부활해서 다시 팬들 앞에 서게 된 행운아들도 더러 있어서 흐뭇함마저 느낄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쉽고 분통한 저주받은 걸작 미드의 세계 속으로 빠져보자!
10 사만다 후 (Samantha Who?) ABC
ABC에서 2007년 10월부터 2009년 7월까지 2시즌을 방영한 '사만다 후'는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성질 고약한 여인이 과거의 인생을 반성하며 새로운 나로 살겠다는 일종의 개과천선 코미디 드라마이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레이첼의 천방지충 여동생으로 출연해서 에미상을 수상한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의 상큼하고 귀여운 모습과 전반적으로 안정된 연기력의 출연진들이 초반 시즌을 안정된 시청률로 이끌었으나, 2009년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시청률로 인해 두 시즌 만에 캔슬을 맞게 된다.
9 푸싱 데이지 (Pushing Dasies) ABC
기발하고 유쾌하며 감각적이면서도 유니크한 스타일, 거거에 완벽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 파일럿 에피소드로 등장하자마자 전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ABC의 2007년작 '푸싱 데이지'는 안타깝게도 시즌1 이후 작가 파업의 유탄을 맞고 두 번째 시즌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캔슬된다.
총 17개의 프라임타임 에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감독상과 여우조연상을 포함 7번을 수상한 저력으로, 2013년 TV 가이드 선정 너무 빨리 캔슬되어 아쉬운 작품 60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캔슬로부터 5년 후 같은 작가가 만들었다고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NBC의 '한니발'에 열혈 팬들의 관심이 한결같이 집중되는 이유 역시 브라이언 퓰러가 보여주었던 '푸싱 데이지'에서의 환상적인 연출력과 감각에 대한 향수가 한몫을 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추측해본다.
8 파이어플라이 (Firefly) FOX
무려 '어벤져스'의 감독인 조스 웨던의 초기작인 '파이어플라이'는 공중파에서 방영된 SF 장르물이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가만 보면 사실 스타일에 힘이 좀 들어갔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채널이 공중파인 FOX였다. 다소 흔들흔들하는 카메라와 주문처럼 삽입된 컨트리 스타일의 음악은 사람에 따라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법도 하다. 심지어는 조스 웨던이 와이드를 고집했던 반면 주관 방송사인 FOX는 당시 표준화면이 4:3 비율을 주장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스 웨던은 일부러 인물들을 카메라 구석쟁이에 박아넣고 찍으며 결사항전을 했을 정도다!)
2002년에 FOX에서 방영된 '파이어플라이'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추종에도 불구하고 조스 웨던과 FOX와의 계속되는 마찰과 낮은 시청률로 에피소드 11개 만에 조기종영되었지만, 후에 발매된 DVD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리하여 2005년에는 '세레너티'라는 제목의 극장판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했던 드라마이다. 소위 '못말리는 패밀리' '돌하우스' '패밀리 가이' 등의 작품과 더불어 FOX에 저주받은 걸작의 산실이라는 태그를 붙인 작품이기도 하다.
7 팬 암 (Pan Am) ABC
1960년대 미국 최대 항공사인 팬 아메리칸 월드항공이라는 매력적인 레트로풍의 소재, 크리스티나 리치, 마이크 보겔 등의 선남선녀 파일럿과 스튜어디스 출연진에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세트와 소품 등이 AMC의 '매드맨'에 뒤지지 않는 인기 시대극이 공중파에서 나오나 싶더니,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자 시작부터 끔찍할 정도의 시청률로 시즌1 14개 에피소드만에 캔슬된다.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만한 미끼 요소가 부재했다는 평가지만, 만약 이 드라마가 공중파가 아닌 HBO나 AMC 등의 케이블에서 비행을 했다면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지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6 패밀리 가이 (Family Guy ) FOX
FOX가 사랑하는 제작자 세스 맥팔레인의 '패밀리 가이'는 숱한 저주받은 걸작 중에서도 가장 운좋게 그 저주가 풀린 경우라 할 수 있다. 1999년 8월 31일 FOX의 슈퍼볼 리드 아웃 프로그램으로 2,20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쳤지만, 두 번째 시즌에서 NBC의 '프레이저'와 맞붙어 당연히 맥도 못 쓰고 처참하게 깨진 후, 겨우겨우 세 번째 시즌 오더를 받아내지만 이번에는 '프렌즈'와 힘겹게 싸우다 캔슬이 된다. 그러나 캔슬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2003년 출시된 시즌1 DVD가 200만 장 이상 팔리는 메가 히트를 치고, 연이어 시즌2, 시즌3의 DVD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게 된다. 이제는 부가판권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패밀리 가이'는 2004년 리바이벌이 되고 2013년 현재 11번째 시즌을 이어가며 '심슨 가족'과 함께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어내게 된다. 5 럭키 루이 (Lucky Louie) HBO
2006년 여름 시즌 12개의 에피소드로 HBO에서 시즌1이 방영된 후 무탈하게 시즌2 제작이 결정되었지만, 2007년 가을 돌연 제작 결정이 번복되는 사태 속에 캔슬된 비운의 시트콤이 바로 '럭키 루이'이다.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당시 HBO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럭키 루이'의 크리에이터이자 주연배우인 루이스 C.K.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신진 경영진의 압력으로 드라마가 취소되었다는 말도 있다. 여하튼 미국에서도 물론이거니와 특히 국내에서 컬트급의 숭상을 받으며 역대 가장 골때리는 시트콤으로 평가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누린 '럭키 루이'는 이후 루이스 C.K.가 FX 채널과 새롭게 만든 코미디 드라마 '루이'의 모태가 되며 역사 속에 남게 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 루이스 C.K.는 2013년 롤링스톤이 뽑은 미국에서 가장 웃긴 코미디언 순위에서 1위를 하게 된다.
4 못 말리는 패밀리 (Arrested Development) FOX
미드 역사상 최강의 비호감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인 FOX의 '못 말리는 패밀리'는 2006년 시즌3으로 조기종영되는 동안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코미디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지층을 구축하며 어마어마한 상복을 누리는 총아로 활약했지만, 마지막 시즌 평균 400만 명이라는 시청률을 빌미로 FOX는 이 불세출의 드라마를 캔슬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못 말리는 패밀리'의 못 말리는 열혈 팬들의 극성은 시작된다. 열혈 팬들은 매년 미국 내에서 아쉽게 종영된 드라마를 뽑는 리스트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굳건하게 추천과 지지를 보냈다. 그 저력 때문이었는지 종영 후 8년 여가 흐른 2013년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시즌4가 제작되어 히트를 기록하고 현재 시즌5 역시 제작이 준비되고 있다. 이만하면 역대 저주받은 걸작 미드 중에서 가장 극적인 부활이라 아니 할 수 없다!
3 보스턴 리갈 (Boston Legal) ABC
법정 코미디 분야에서 불세출의 스타 작가인 데이빗 E. 켈리의 '보스턴 리갈'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섯 시즌 101개의 에피소드를 ABC에서 방영했고 한두 시즌으로 드라마를 접어야 했던 저주받은 걸작들에 비하면 천수를 누렸다고 할 법하니 '아쉽게 너무 빨리 막을 내린 저주받은 걸작' 리스트에 낄 껀수는 아니다고 지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보스턴 리갈'은 다섯 시즌으로 모자라다. 시즌 방영 내내 캐릭터들의 입을 통해 다음 시즌에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서로서로 기원해야 했던, 언제 캔슬될지 조마조마했던 작품이면서 연간 소득이 1억이 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드라마라는 멋쩍은 타이틀로 간신히 연명을 했던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다섯 시즌이지만 종영을 맞이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를 생각하면 이 작품 역시 상급의 '저주받은 걸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2 베로니카 마스 (Veronica Mars) CW
돈을 적게 들이고도 잘 만든, 이른바 저예산 고퀄리티 미드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곤 했던 '베로니카 마스'도 저주받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화면 없이도, 단순히 아기자기하고 능란한 연출로만 혼을 쏙 빼놓을 정도의 집중력 있는 드라마를 탄생시켰던 롭 토머스의 2004년도 걸작 '베로니카 마스'는 그러나 방송국을 옮겨타면서도 3시즌 만에 캔슬이 되고 만다.
하지만 '베로니카 마스'의 반전도 만만치 않다. 2013년 4월 12일 크리에이터인 롭 토머스와 주연배우 크리스틴 벨이 주도했던 '베로니카 마스' 영화화 추친 프로젝트 킥스타터 펀딩이 개설 한 시간만에 목표액인 2백만 달러를 훌쩍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제작비를 충당하여 2013년 7월 현재 한창 영화화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TV 가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컬트 드라마, 엠파이어 선정 역사상 최고의 TV 드라마 50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 트윈 픽스 (Twin Peaks) ABC
'로스트'의 명연출가였던 칼톤 큐즈가 케이블 채널 A&E에서 제작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의 프리퀼 드라마 '베이츠 모텔'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있는 드라마라고 밝힌 작품이 바로 1990년대 초반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걸작 드라마 '트윈 픽스'다.
'베이츠 모텔'이 1960년대 영화의 이전 얘기를 다루고 있다지만, 시공간적 배경을 현대로 설정한 만큼 그 분위기를 차용하는 작품으로 '트윈 픽스'만한 롤모델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칼톤 큐즈의 선택은 옳았다. 시즌1을 마친 '베이츠 모텔'은 '싸이코'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싸이코'의 분위기를 현대로 영리하게 계승해냈다는 평가를 얻어낸다. 지난 1990년대에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겨우 두 개의 시즌으로 겨우 30여 개 에피소드만을 방영하고 시리즈를 종영한 저주받은 걸작 '트윈 픽스'의 잃어버린 70개 에피소드를 '베이츠 모텔'을 통해서 오마주로 구현하겠다는 칼톤 큐즈의 집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과거 영광의 방송국에서 현재는 나락으로 바닥으로만 떨어지고 있는 NBC를 구원할 프로젝트는 시트콤 '프렌즈'의 리바이벌과 '트윈 픽스' 리메이크뿐이라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전자인 '프렌즈' 리바이벌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트윈 픽스'는 이제 정말로 NBC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NBC에서 '트윈 픽스' 리메이크를 고려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고 있기도 하다!) 만약 '트윈 픽스'가 기어코 리메이크가 되어 NBC를 구원한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트윈 픽스'의 저주받은 걸작 꼬리표가 떼어지며 시청자들과 NBC가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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