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에도 유난히 감정의 흐름이 낮은 데서 천천히 흐르다 어느 순간 화산처럼 솟구쳐 폭발하곤 하는 감성 작렬 드라마들이 더러 있다. 코미디 장르보다는 주로 드라마 장르, 특히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연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패밀리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감수성 코드인데,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그 장르화의 규칙까지 깨지며 수사물이나 코미디물에서까지 어쩐지 애잔하고 슬픈, 몰래 눈시울을 적시다 훌쩍이게 하는 미드가 등장하곤 한다.
울고 불고 신파는 아니지만, 가슴을 싸하게 애틋하게 적셔주는 드라마, 바로 그런, 가족과도 같고 친구와도 같은 애잔함의 슬픔에 기댈 수 있는 드라마들을 모아 보았다. 순서를 붙였지만 순위는 아니다. 우열을 가리기에는 하나같이 다 소중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1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 (Friday Night Lights)
장르 스포츠 하이틴 패밀리 드라마 | 방영일 2006/10/3 - 2011/2/9 | NBC
텍사스 주의 한 고등학교. 풋볼로 대학에 가고 가난을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치는 소년과 친구들, 그들을 가르치는 코치.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사를 과장하지 않고 덤덤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드라마지만,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장면들이 나오곤 한다.
데이비드 E. 켈리의 히트 메디컬 드라마 '시카고 호프'의 주연이었다가 지금은 '핸콕' '배틀쉽' 등의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피터 버그가 그려낸 청춘의 자화상이자, 민카 켈리, 아드리안 팔리키, 에이미 티가든 등의 청춘 스타 탄생의 보고였던 드라마.
2 빅 씨 (The Big C)
장르 코미디 드라마 | 방영일 2010/8/16 - 2013/5/20 | 쇼타임
소재부터가 피부암 말기에 걸린 여주인공 이야기다. 암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어둡지 않고, 말기암이 주는 죽음의 공포보다는 삶을 그대로 살아내면서 주인공과 가족과 친구들이 겪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로라 린니의 귀엽고도 낙천적인 연기 속에 폭풍 오열 에피소드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3 킬링 (The Killing)
장르 범죄 수사물 | 방영일 2011/4/3 - | AMC
어리고 어여쁜 딸을 살인으로 잃은 가족과 진범을 찾아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주고 정의를 실현하려고 집요하게 수사하는 여형사의 이야기. 살인 피해자의 가족이 겪는 갈등과 고통이 로버트 레드포드의 첫 영화 감독작 '보통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며 애잔하고 짠한 여운을 준다. 한 여자아이의 살인사건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구성은 '트윈 픽스'를 많이 닮아 있다.
4 식스 핏 언더 (Six Feet Under)
장르 블랙 코미디 | 방영일 2001/6/3 - 2005/8/21| HBO
'식스 핏 언더'는 죽음을 일상적으로 다루면서도 비교적 잔잔하게 극을 조율해나가는 드라마지만, 정말이지 가끔씩 폭발하듯 감정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며 분출시킨다. 죽음을 직업 삼는 장의사 가족의 이야기. '구질구질하고도 지긋지긋한, 살아간다는 것.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라도 외쳐보자 할 만큼 삶의 슬픔이 이렇게 도처에서 묻어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드라마!
5 FBI 실종 수사대 (Without a Trace)
장르 경찰 수사물 | 방영일 2002/9/26 - 2009/5/19| CBS
웬 수사 드라마를? 할지도 모르지만 'FBI 실종수사대'는 의외로 눈물 짓게 하는 장면이 많은 드라마다. 범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피해자의 어쩔 땐 안타깝기도 하고 어쩔 땐 서러운 사연이 사건의 해결 중에 드러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를 좇는 뉴욕의 실종자 전담 수사반의 활약상을 그린 'FBI 실종 수사대'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사연 덩어리다. 그리고 그 모든 사연에는 애절하고 슬픈 사람들의 힘겨움과 슬픔이 그대로 묻어 있다. 모든 게 안쓰러운 드라마, 심지어 사고뭉치 잭 반장서부터 해서 요원들의 면면과 관계도 애잔함을 자아낼 정도.
6 명탐정 몽크 (Monk)
장르 경찰 수사물 | 방영일 2002/7/12 - 2009/9/4| USA
천재적인 수사관이지만 사회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어렵게 얻었던 사랑에서 아내를 잃고 더욱 더 어린아이 같아진 몽크의 이야기는 애틋 그 자체. 완벽하게 짜여진 아날로그 추리 수사물로서의 구성과 어지간한 시트콤은 바로 물리칠 수 있는 설정의 코믹 구도가 빈번하지만, 탐정 몽크를 움직이고 살아가게 하는 운명으로서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극 전반에 놓여 있는 관계로, 보는 내내 훌쩍훌쩍, 쓸쓸함으로 슬픔으로 훌쩍훌쩍거리게 된다.
7 루이 (Louie)
장르 블랙 코미디 | 방영일 2010/6/9 - | FX
고독하다. 아내와 이혼하고 맨해튼이란 대도시의 크지 않은 아파트에서 두 여자아이를 기르며 살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일하는 루이의 이야기는 코미디지만 고독하고 쓸쓸하다. 쇼 비즈니스 종사자이면서도 사회성 면에서 어색함을 면치 못하는 주인공의 애잔한 뉴욕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지만, 진땀이 나도록 고집스럽게 사회부적응자의 모습을 담아내는 드라마, 어쩐지 정이 가는 '루이'이다.
8 도슨의 청춘일기 (Dawson's Creek)
장르 하이틴 드라마 | 방영일 1998/1/20 - 2003/5/14 | FOX
똘똘하고 지혜롭고 예민한 고등학생 아이들, 예민한 만큼 성장통도 신랄하게 겪는다. 스스로도 다치고 다른 사람들도 상처 주며 울고 웃고 배우고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9 인라이튼드 (Enlightened)
장르 드라마디 | 방영일 2011/10/10 - 2013/4/3 | HBO
여자판 '루이'라고 해야 하나? 잘나가던 마케터에서 하루아침에 추락한 여주인공이 지하로 내려가 잘나가지 않는, 평범하다 못해 비루하기까지 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빛을 얻어간다. 마이크 화이트가 연기하는 타일러 역은 그야말로 애처로움 그 자체. 비평가 평점 96점으로 메타크리틱 시즌별 최고 드라마 역대 3위에 올라 있는 '인라이튼드' 시즌2의 절대 위용!
(자료출처, 사진=위키피디아, IMDB,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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