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쇼타임의 '홈랜드'나 HBO의 '보드워크 엠파이어'와 같은 좀 음울한 시리즈물을 좋아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고 싶은 드라마는 HBO의 '와이어'지만,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애견 보와 함께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모던 패밀리'나 '파크 앤 레크리에이션'과 같은 웃고 즐길 수 있는 드라마라고!
미국 드라마는 공중파 네트워크와 베이직 케이블, 유료 프리미엄 케이블 등 방송 매체에 따라 노출이나 폭력, 언어 등의 수위가 천차만별이지만, 그 와중에서도 온 가족이 저녁 식사 후 함께 모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 또한 풍부하게 포진되어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미드를 모아보는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기본적으로 5대 메이저 방송국 프라임 타임 드라마 기준으로 해서 노출이나 욕설, 막장 코드 등 민감한 장면이 별로 없어서 시청 중 서로 어색난감한 순간이 찾아 오지 않는(되도록이면^^) 드라마로 선별했다.
1 모던 패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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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Modern Family | 방영기간 2009년 9월 23일 - 현재
현재 ABC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는 '그레이스 아나토미'도 '원스 어폰 어 타임'도 아닌 미국의 국민 코미디라는 닉네임을 쥔 '모던 패밀리'이다. 2009년 가을 데뷔 이후 리얼리티 쇼에 밀려 점점 위세를 잃어가던 시트콤 장르를 부활시킨 일등공신으로, 시즌1부터 3년 연속으로 에미상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년 연속으로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던 NBC의 전설적인 시트콤 '프레이저'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정말로 많이 등장하는 대사가 "누가 말려? 여긴 자유국가라고"인데, 사실 청교도 전통이 강한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터부와 편견으로 유지되는 나라이다. 그런 점에서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상처를 하고 자신보다 훨씬훨씬 어리고 아들이 딸린 여인과 새로이 가정을 이루고, 게이 부부(夫夫)가 등장하는, 전통에서는 벗어난 모던한 패밀리를 국민 코미디로 봐줄 만한 단계까지는 갔다고 할까. 뭐, 2040 몇 년인가에는 미국에서 스패니시 인구가 백인 인구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으니!
2 레이징 호프
미국 서민형 시트콤에 있어서 천재적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렉 가르시아의 대표 시트콤인 '레이징 호프'는 웃음과 유머, 낙천성과 긍정이라는 측면에서 패밀리 코드에 가장 부합하는 미드 중의 하나이다. 우연찮게 시리얼 킬러와 잠자리를 하게 되어 스물두 살 나이에 아기 아빠가 된 그야말로 루저 청년이, 주택 수영장 청소부 아빠와 하우스 청소부 엄마,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호프'를 기르며 희망을 엮어가는 과정이 최고의 박장대소 힐링을 선사한다.
또한 '레이지 호프'에서 학식이 딸리는 호프네 패밀리 캐릭터들을 묘사하는 디테일은 정말 압권 중의 압권이다. 가령 호프가 힐러리 클린턴처럼 훌륭한 여성이 되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에 젊은 할머니인 버지니아가 그래봤자 비서밖에 더 되냐고 말하는 장면(영어 표현에서 장관을 비서(Secretary)와 동일하게 부른다), 호프가 엄마 아빠의 D와 A를 받았으니(DNA를 D&A로 착각!) 분명히 똑똑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등등 영어의 표현력을 실험하는 예는 무궁무진하다. 그 점에서 호프(hope)를 키우는 이들 가족의 성이 기회(chance)인 것 또한 긍정의 힘이 아닐까 싶다!
3 길모어 걸스
미국 동부 코네티컷 주의 조그만 가상의 마을 스타스 할로를 배경으로 하는 '길모어 걸스'는 이웃사람들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함께 엮어 나가며 사랑과 우정, 행복과 아픔을 서로 나누는 패밀리 드라마의 정석을 표방한다.
예컨대 이런 것. 마을의 최고령 강아지가 죽으면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까만 정장 차림으로 조문을 오고, 결혼식이 있으면 마을의 자그마한 광장에서 밤새 맥주 파티가 벌어지고, '엑스 파일'같은 인기 드라마가 종영이라도 하게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외계인 코스프레에 도넛 파티라도 열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마을에서의 일상.
시시콜콜한 가십은 한 시간이면 온 마을에 퍼지며, 그 흔한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월마트 하나 없이 그 옛날의 식료품 가게와 동네 서점에서 포근한 행복을 꾸려 나가기에 오히려 그 비현실성이 판타지적인 위안을 안겨주는 패밀리 드라마의 표본 '길모어 걸스'이다!
4 내 사랑 레이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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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Everybody Loves Raymond | 방영기간 1996년 9월 13일 - 2005년 5월 16일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아홉 시즌을 방영하며, 전성기에 접어든 시즌3부터 시리즈 종영시까지 년간 종합 시청률 10위권을 벗어나지 않으며 큰 인기를 끈 시트콤이다. 주연 배우이자 크리에이터인 레이몬드 역의 배우 레이 로마노는 2004년 CBS와 에피소드당 18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드라마 역대 에피소드당 출연료 최고 기록을 갱신하기까지 했으며, 영국, 러시아, 폴란드, 덴마크, 이스라엘 심지어는 아랍권에서까지 리메이크되며 글로벌 인기가도를 구축하기도 했던 드라마.
이탈리아 가계도를 가진 사람들답게 오로지 가족에 골몰하며 가공할 만한 '엄마' 캐릭터가 등장한다. 남이면 저렇게 싸우고 살다가는 에저녁에 쫑나고 말았지 하는 주로 서로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는 이야기. 시트콤이든 '소프라노스'든 영화 '그랑 블루'든 이탈리아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대부'의 피가 흐른다. 바로 패밀리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
5 헤크 패밀리
원제 The Middle | 방영기간 2009년 9월 30일 - 현재
'내 사랑 레이몬드'의 데브라 역의 패트리샤 히튼과 '스크럽스'의 병원 잡부 역으로 유명한 배우 닐 플린의 코미디 연기와 액슬, 수, 브릭까지 2남 1녀의 헤크 가족, 지리적으로 미국의 한복판이나 참으로 외딴 중서부 인디애나 주의 어딘가 모자란 듯하면서도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정겨운 완벽 패밀리 코미디 드라마.
2009년 9월 ABC의 가을 시즌 정규 라인업으로 데뷔해서 2013년 가을 다섯번째 시즌으로 돌아올 정도니 인기와 재미에 대한 걱정은 덜어두어도 무방! (막내아들이자 책벌레인 브릭이 마음에 드는 어려운 단어를 만났을 때 고개를 숙이고 속삭이듯 되풀이하는 것이 이 시트콤의 백미! 꼭 따라해 봐야 한다!!)
6 두 남자와 이분의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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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wo and a Half Men | 방영기간 2003년 9월 22일 - 현재
'빅뱅 이론' '마이크 앤 몰리' 등 CBS를 상징하는 시트콤 작가 척 로리의 대표작은 역시 찰리 쉰을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굳힌 '두 남자와 이분의 일'일 터이다. CM송 하나로 평생을 놀고 먹고 사는 형네 집에 애 딸린 동생이 살러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일상사가 상징과도 같았던 주연 배우를 갈면서까지 10년 이상 지속될 정도로 인기를 끈 드라마.
7 서버가토리
맨해튼에서 홀로 틴에이지 고등학생 딸을 키우며 살던 조지 알트만은 딸의 방에서 발견한 콘돔에 충격을 먹고 한적하고 오염이 덜 됐으리라 싶은 교외 지역으로 맹부삼천지교를 감행하게 되건만! 레드불이 신종 마약이 된 말끔한 교외에서 틴 에이저로 살아간다는 것! 여주인공 테샤 알트만 역의 배우 제인 레비를 단번에 벼락 스타로 등극시키며 재미와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ABC의 대표 시트콤이다.
8 도슨의 청춘일기
원제 Dawson's Creek | 방영기간 1998년 1월 20일 - 2003년 5월 14일
일본의 대표 만화가 중의 한 명인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만화 H2를 너무 좋아해서 한때 그와 비견할 수 있는 만화, 그도 아니면 영화, 드라마, 책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를 공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영화 '스크림'의 감독 케빈 윌리엄슨이 자신의 하이틴 시절의 경험을 반영해서 만든 FOX의 걸작 청춘 드라마 '도슨의 청춘일기'로 낙찰을 봤던 적이 있다.
FOX의 또 다른 인기 법정 드라마 '앨리 맥빌'에서 미성년자 추행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앨리에게 판사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도슨의 청춘일기'라는데 미성년자라고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묻자, 앨리가 "30대 남자도 '도슨의 청춘일기' 좋아하는 사람 아주 많다!"고 항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 함께 볼 수 있는 패밀리 드라마를 추천하는데, 완성도와 재미, 주옥같은 대사와 스토리텔링과 구성에 있어 청춘물과 패밀리 드라마의 가장 모범적인 교본에 가까운 드라마이자, 빛 바랜 흑백사진같은 시절의 드라마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도슨의 청춘일기'를 건너뛴다면 제임스 반 더 비크, 케이티 홈즈, 미쉘 윌리엄스, 조슈아 잭슨 등의 출연배우들이 아주 섭할 일일지어다!
9 블루 블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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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Blue Bloods | 방영기간 2010년 9월 24일 - 현재
3대에 걸쳐 피까지 푸른색이 되도록 뉴욕 경찰로 살아 온 레이건 가문의 이야기, CBS '블루 블러드'는 범죄 수사 드라마의 외양새를 띠고 있지만 따져 들어가면 온전하게 패밀리 드라마에 가깝다. 사건의 중심축에 들어서 있는 인물들도 모두 레이건 가문이고, 범죄 해결을 위해 동원되는 경찰력에서부터 법정 인력까지 전부 가족의 테두리에서 해결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마무리는 모든 패밀리 드라마가 그러하듯 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식사로 끝이 난다. (심지어는 오손도손 잔뜩 음식을 먹는 선데이 디너 장면이 좋아 '블루 블러드'를 계속해서 본다는 사람도 있다눙!)
10 24시
원제 24 | 방영기간 2001년 9월 6일 - 2010년 5월 24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에 대테러 액션극인 '24시'가 웬말이냐 할지 모르겠지만, 근데 사실 따지고 들면 '24시'만큼 건전하고 더불어 재미까지 보장되는 추천 패밀리 드라마도 없다.
'24시'를 가만 뜯어보면, 처음에는 대의 명분에 따른 거시적인 문제가 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거의 가족이나 부모형제, 동료 등의 패밀리적인 미시사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다.
또한 당장 눈앞에 닥친 테러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잔가지가 자동적으로 쳐내지는 점도 없진 않겠지만, '24시'는 잔인함으로 따지면 수사물이나 시대물에 비해 아주 클린한 정도이며, 막장 코드나 야한 장면 등이 '24시'만큼이나 없다고 해도 무방한 드라마도 찾기가 힘들 것이다.
게다가 가족 모두가 보기에 전혀 지루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몰아서 몇 편을 달려줘야 하기 때문에 온가족이, 부부가, 애인이 의기투합해서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드라마는 없다! 가족의 달 5월 꽃구경도 좋겠지만, 봄이 왔던가?, 쌍절곤을 휘두르듯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져 내리다가는 이제 봄은 갔구나, 여름이 왔어, 나들이도 이만저만 내키지 않을 만큼 변화무쌍한 날씨에,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24시' 한 시즌 주말 완주도 절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확신하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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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ABC의 '브라더스 앤 시스터즈' NBC의 '페어런츠 후드'와 같은 미드 특유의 대가족 패밀리 드라마도 추천대상이고, '에버우드' '세븐스 헤븐'과 같은 드라마는 미국 학부모회 협회에서 추천하는 착한 드라마이고, 유명 시트콤 중에서도 연애나 사랑보다는 가족에 포커스를 맞춘 '풀 하우스' '프레이저'와 같은 시트콤도 추천의 대상이다.